주식 콜옵션 매입 급증, 유로 하락 베팅 활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식 옵션과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 가능성에 ‘올인’하는 움직임이다.
주식 콜옵션 매입이 급증, 풋콜 비율이 불과 3주 전 2.5에서 0.9까지 떨어졌고,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 하락 베팅이 활발하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번주 열리는 ECB의 통화정책 회의에 집중된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유럽판 ‘아베노믹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의견이 번지는 상황이다.
(사진:AP/뉴시스) |
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로존의 블루칩으로 구성된 유로 스톡스50 지수에 대한 풋콜 비율이 지난달 8일 2.34에서 0.93까지 떨어졌다.
유럽 증시에서 옵션 거래 유동성이 가장 높은 지수의 풋콜 비율이 떨어진 것은 그만큼 주가 하락보다 상승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특히 비율이 1을 밑돌 때는 트레이더들의 주가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의 경기가 하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한층 높아졌지만 트레이더들이 주가 상승을 점치는 것은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풀이된다.
ECB가 미국식 양적완화(QE)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에 이어 유럽판 아베노믹스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 상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부양책에 나섰을 때 암묵적인 원칙으로 통했던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격언이 ECB에 적용되고 있다.
삭소은행의 피에르 마틴 트레이더는 “ECB와 싸우지 말라”며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디플레이션 차단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ECB가 부양책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연초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며 6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유럽 증시는 지난 6월 이후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유로존 경제 지표가 연이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인 데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 스톡스 50 지수는 지난 6월 3325.50으로 고점을 찍은 뒤 4% 떨어졌다. 이 때문에 연초 대비 상승폭이 2.5%로 축소됐다.
하지만 ECB의 부양책이 시간문제라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트레이더들의 상승 베팅이 두드러진다.
또 ECB의 유동성 공급으로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는 특정 섹터와 개별 종목을 가려내는 데 투자자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테펀울프 캐피탈의 포부스 텔로지테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유로 스톡스 50 지수의 장기물 콜옵션이 매력적”이라며 “ECB가 QE를 실제로 시행한 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6~9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카넘 애셋 매니지먼트의 폴 글리슨 투자 헤드는 “헤지펀드 업계의 최대 화두는 ECB의 QE”라며 “이에 따른 주가 상승이 건강한 움직임이라는 판단이 아니라 주가를 왜곡시킬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다. 부채위기에도 꺾이지 않는 유로화 강세가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했지만 이번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본격적인 약세 흐름을 이끄는 모습이다.
유로화의 강한 저항력에 하락 베팅을 주저했던 트레이더들이 마침내 때를 만났다는 표정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유로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이 24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유로화 하락 베팅이 본격적인 추세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코샤은행의 카밀라 수톤 전략가는 “유로화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번주 ECB 회의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유로화 움직임에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트 추크스 매크로 전략가는 “ECB가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만큼 강한 비둘기파 색깔을 보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