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향방 두고 나라·기관별 이견…4일 정책회의 '주시'
[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럽이 일본식 디플레이션 늪에 빠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완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ECB가 오는 4일(현지시각) 정책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지난 주 공개된 유로존의 8월 물가상승률은 0.3%로 5년래 최저 기록을 경신하면서 물가 불안에 본격 불을 지폈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중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경기 회복에 빨간불이 켜진 점 역시 ECB를 초조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으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도 유로존에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잭슨홀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전반에 성장 친화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혀 추가 완화 기대감을 더욱 부추겼다.
크레딧 아그리콜 선임 유로존 이코노미스트 프레드릭 두크로젯은 "ECB에 대한 추가 완화 압력이 돌아오고 있는데 이는 부진한 성장률 및 물가 지표 뿐만이 아니라 드라기의 잭슨홀 연설 영향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ECB가 금리 인하와 같은 좀 더 파격적인 완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노무라는 최근 글로벌마켓 리서치 보고서에서 "ECB가 금리를 10bp 더 내릴 것이라며 이 경우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 0.20%로 떨어지고 조달금리는 0.05%까지 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 ECB 정책 향방 놓고 엇갈리는 주장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출처:AP/뉴시스] |
유로존 국가 중에서는 평소 재정 긴축을 주장해 온 독일과 유로화가 평가절상됐다고 주장하는 프랑스의 이견 차가 대표적이다.
독일 슈피겔지는 지난 3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드라기 총재에게 잭슨홀 발언과 관련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슈피겔지는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내에서 재정 긴축 움직임에서 방향을 바꾸려고 ECB가 결정 내린 것인지를 알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프랑스는 이탈리아 등과 함께 추가 부양의 필요성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지난 주말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유로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며, 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ECB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B가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지를 두고서는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 토스텐 슬록은 "유로존의 부진한 경기 지표들이 비단 우크라이나 사태나 일시적 요인들로 인한 것은 아니며, 물가 하락 추세를 뒤집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ECB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이 동결될 것이란 게 컨센서스라고 전했다.
JP모간 자산운용부문 수석 시장전략가 스테파니 플랜더스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ECB의 추가 조치 실효성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견실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이나 그리스, 아일랜드 등은 모두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을 진행한 결과임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ECB의 완화 조치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ECB 추가 조치가 가져올 장점이 단점보다 더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