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500대 기업 최초의 흑인여성 CEO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8월 27일 오전 9시 43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사람들은 나에게 3개의 스트라이크를 당했다고 말했다. 흑인이자 여성이고 또 극빈층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우르슐라 번스 제록스 회장 겸 대표이사(CEO)는 미국 사회가 가진 대표적인 3가지 차별과 편견에 맞서 성공신화를 이끌어 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졸업 직후 하계 인턴쉽을 통해 제록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이후 대표이사 회장의 자리까지 오른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 우르슐라 번스는 누구
우르슐라 번스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경쟁력'이다. 외모도 아마존 여전사와 같은 강인한 모습이지만 빠른 두뇌회전과 말솜씨로 상대를 설복시키는 능력을 갖췄다.
번스는 대학 졸업후 인턴으로 일했던 제록스를 평생 직장으로 선택했다. 제록스의 거대하고 보수적인 기업문화 속에서 똑부러진 성격의 번스는 참신하면서도 개성있는 매력을 발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영진의 눈에 들면서 번스는 폴 올레어 회장의 비서를 거쳐 앤 멀케이 회장을 보좌하는 부사장으로 일하게 된다.
지난 2009년 멀케이 회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나자 뒤를 이어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포천 500기업의 CEO에 올라 일약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번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직속 수출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백악관 참모진에 입성, 한국기업들에 대한 수출입 정책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CEO로서 번스가 가장 집중했던 분야는 제록스라는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제조업체를 기민하고 효율적인 서비스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 9월 컴퓨터서비스기업인 ACS를 64억달러에 인수한다. 당시는 금융위기 직후로 모든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한 시기였고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강력하지 않았던 ACS의 인수는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중에 번스도 ACS 인수를 두고 '쉽지 않은 도박'이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후 제록스는 주차티켓시스템이나 항공예약시스템, 고속도로용이지패스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등 IT서비스업체로 빠르게 변신했다.
번스는 제록스의 구조조정을 통해 약 500명의 직원을 해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경찰을 미리 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번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원들의 연봉은 축소동결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은 높은 성과급을 챙겨 비난받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미국 백악관 대통령직속 수출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의에 참석한 우르슐라 번스.[사진출처: 미국 상무부] |
복사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제록스(종목코드:XRX)는 지난 1906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설립됐다.
설립초기에 제록스는 사진용지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였으나 1938년 발명된 복사기기 특허권을 인수, 1946년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전자기술 기업으로 도약했다.
제록스는 2000년대 들어 복사기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자 지난 2009년 ACS를 인수합병해 IT기술 및 온라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 초 제록스기술연구소는 컴퓨터 마우스를 활용, 화면을 클릭해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록스 경영진은 이 기술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사실상 넘겨줬고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퍼스널컴퓨터 혁명이 본격 태동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9년 초 IT버블 당시 주당 62달러까지 올랐던 제록스의 주가는 현재 주당 13달러대 중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8월 현재 제록스의 시가총액은 한국 LG전자의 시가총액(약 12조원)보다 많은 148억달러(약 15조원)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