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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 연기의 재미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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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영화 홍보를 위해 인터뷰에 임해야만 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이보다 훨씬 더 불편했을 거다. 모든 일이 해결됐다고 한 들 편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한 번에 눈 녹듯 사라질 일도 아니었다.

“요란스럽게 복귀를 해서, 걱정 끼쳐 죄송해요.” 마주한 배우 송혜교(32)가 다소 무거운 공기를 깨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소속사를 통해 보낸 공식 입장, 기자간담회 자리에 이은 세 번째 사과였다. 그렇게 또 한 번 고개를 숙이는 그는 제법 차분하고 담담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꽤 그럴듯한 연기로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다. 

툭 터놓고 말해 탈세 논란으로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자가 어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무게를 견뎌야 했던 이는 지난 1996년 데뷔한 이후 지난 17년 동안 사랑만 받은 톱 여배우였다. 물론 그의 지난 잘못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영화에 피해가 갈까 걱정하던 그의 진실한 마음 또한 왜곡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이 무거워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영화에 피해를 끼쳐서 죄송한 마음뿐이죠. 이 영화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 분들이 많아요. 저의 문제와는 상관없는 분들인데 같이 피해를 받고 있으니 죄송하죠. 솔직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나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근데 피하는 거보다는 이렇게라도 만나 뵙고 다시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죠. 영화를 위해서 제가 해야 할 몫이기도 하고요. 쓴소리들을 건 듣되 영화에는 피해가 안 가게 하고 싶어요. 화는 나시겠지만, 제 문제니 영화만큼은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해요.”

어쨌든 이런저런 논란을 뒤로한 채 송혜교, 강동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지난 2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어요. 감독님께서 준 시나리오를 먼저 접한 셈이죠. 일단 신파로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덤덤하면서 오는 슬픔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물론 그게 어려운 연기라 걱정도 많았어요. 워낙에 원작이 잘됐고 팬들도 많아서 부담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가면서 감독님의 디렉팅을 믿고 움직였죠. 작가님께도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극중 그가 열연한 인물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어린 엄마 미라다. 아들 아름이(조성목)에게는 더없이 자상하고 따뜻한 엄마인 미라는 ‘씨X 공주’ 시절 성격이 터져 나오면 남편 대수(강동원)도 못 말리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실제 송혜교는 미라를 보고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의 모습과 미라가 많이 닮았다고 했다. 어머니가 영화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많이 우실 거”라고 답했다.

“미라와 닮은 부분이 많으셔서 더 슬퍼하실 듯해요. 워낙 어머니가 친구 같고 장난기도 많으세요. 가끔 엄마랑 딸이랑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도 넘치고 밝으시죠(웃음). 미라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특히 17세 미라는 다 저희 어머니라고 보시면 돼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셨는데 너무 말괄량이라 동네 분들이 다 싫어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제 연기가 자연스러웠다면 그 역시 저도 모르는 사이 어머니를 닮아갔기 때문이겠죠?”

결과적으로 그는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그려냈지만, 사실 영화가 베일을 벗기 전까지도 ‘송혜교의 모성애 연기’에 우려와 의심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아이는커녕 결혼도 해보지 않은 이가 미라를 얼마나 잘 그려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지나치게 우월한 비주얼도 걸림돌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프레임 속 그는 여배우로서의 화려함을 모두 내려놓고 말간 얼굴과 수수한 차림으로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내가 예뻐 보여야 할 곳은 광고나 화보촬영장 등이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외모만 강조하면 관객들도 미라가 아닌 송혜교의 연장선으로 보실 거로 생각했죠.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작품 하면서 준비를 5분도 하지 않은 건 처음이었어요. 보통 촬영 중간에 자면 얼굴이 붓거나 화장이 뜨잖아요. 머리도 눌리고요. 그래서 다른 작품은 촬영 도중에 여유가 있어도 잠을 못 잤죠. 근데 이건 붓거나 얼굴이 눌리면 감독님이 더 좋아해 주시더라고요(웃음). 사실적인 얼굴이니까요. 그래서 연기는 어려웠지만, 육체적인 면에서는 조금 편하지 않았나 싶어요.”

냉정하게 말해 송혜교는 그간 영화에서만큼은 흥행 운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캐스팅이 보도가 나간 순간부터 영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강동원과 송혜교의 만남, 그리고 원작 소설의 인기까지. 흥행 요소는 충분했다. 이에 “흥행을 노리고 한 게 아니냐”는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도 그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웠다.

“제가 영화 흥행과 인연이 안 되긴 했죠. 이번엔 저 빼고 다 흥행을 경험해본 분들이잖아요. 안 되면 제 탓일 텐데… 그쵸? 아, 물론 흥행을 노리고 출연한 건 아니에요. 최근에 무거운 작품을 하다가 미라 캐릭터가 밝아서 끌렸고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이재용 감독님과 작업할 기회가 생겨서 더없이 좋은 거죠. 사실 여자 영화가 많이 없다 보니 지난 17년 동안 다양한 장르에 영화를 많이 못 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기회만 있다면 다양한 캐릭터나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우선 중국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을 시작으로 활발한 중국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송혜교는 올 하반기 현지에서 오우삼 감독의 ‘태평륜’과 이능정 감독의 ‘나는 여왕이다’를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십 대에 작품을 많이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는 그는 “그래서 결혼 전까지 작품을 많이 남겨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데뷔한 지 17년이 됐는데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 서른 넘어서였어요. 물론 어릴 때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때는 책임감보다는 그저 저만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죠. 현장도 힘들었고요. 그런데 이젠 여유가 생기면서 현장이 재밌어졌어요. 어려운 신들도 빨리해치우자는 마음보다 어떻게 더 풍부하게 만들어낼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러니 연기도 더 재밌고요. 이 시기가 너무 늦게 왔죠?(웃음).”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모자로 호흡을 맞춘 배우 송혜교(왼쪽)와 아역배우 조성목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른스러운 조성목, 아이와 어른이 바뀐 기분이었죠”

이번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강동원-송혜교의 케미(chemi, 미디어 속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는 단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송혜교와 아역배우 조성목 역시 남다른 모자(母子) 케미로 눈길을 끈다. 때로는 친구 같고 또 때로는 연인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은 관객들의 미소와 눈물을 자아낸다.

“일단 (조)성목이가 너무 어른스럽고 조숙해요. 굉장히 과묵하고 어른스럽더라고요. 오히려 저랑 (강)동원 씨가 앞에서 까불면 ‘아~ 재밌네요’라고 웃는 정도의 반응이었죠. 뭔가 아이와 어른이 바뀐 기분이었어요(웃음). 

연기야 훌륭하죠. 이렇게 큰 영화를 하는 건 물론이고 연기를 제대로 한 게 처음인데도 촬영장에서 떠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매일 5시간씩 분장을 받는데도 짜증 한번 안 냈죠.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고요. 사실 이번에 언론시사회 때 오랜만에 보고 놀랐어요. 촬영할 때는 지금보다 더 작고 아기 같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키도 크고 더 예뻐졌더라고요. 아마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될 듯해요. 저 역시 굉장히 기대가 되네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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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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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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