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등 해외 명품 소비 급감…관련업계 '울상'
[뉴스핌=권지언 기자] 세계 명품시장을 좌우하던 중국인들의 소비 열풍이 빠르게 식고 있어 관련 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외 여행에 나서는 중국인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이들 중 명품 쇼핑에 지갑을 여는 여행객들은 줄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해외 관광객수는 1억명에 육박해 전 세계 해외 여행객의 9%를 차지했다. 이들이 해외에서 지출한 돈 역시 전 세계 해외여행객 지출 규모의 27%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물 쓰듯 하던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 열풍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행객들의 세금 환급 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 블루(Global Blue)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을 찾은 중국 여행객들의 세금 환급신청 규모는 18% 늘어 2012년의 57%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에 대한 책을 쓴 얼완 람버그 HSBC이사는 "홍콩과 서유럽에서의 명품 시장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명품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홍콩의 경우 대개 쇼핑객들이 몰리는 5월 홀리데이 시즌에도 홍콩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가 줄었으며, 이 때문에 6월 홍콩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6.9%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석과 시계 등 명품 상품의 경우 판매가 2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 행태가 예전과 달라지면서 명품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프라다의 경우 올 상반기 중 유럽에서의 매출이 1%가 줄었는데 중국인 여행객 감소를 매출 부진의 부분적 이유로 꼽았다. 루이비통도 이 기간 유럽에서의 실적 부진 배경으로 비우호적인 환율 여건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부패척결 움직임과 유로화 강세, 홍콩 주민들과 중국 간 갈등상황 등이 중국인들의 달라진 명품 소비 행태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해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 중국에서보다 더 쌌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중국인들의 명품 구입 충동을 누그러뜨린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명품 업체들은 홍콩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상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증권사 CLSA에 따르면 샤낼 클래식 백의 경우 지난해 홍콩에서 가격이 31% 상승한 데 반해 상하이에서는 가격 인상폭이 10%에 그쳤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