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최민식 [사진=명량 스틸 컷] |
‘명량’ 흥행 비결 1 - 주연배우가 40대 이상 아저씨
지금까지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들은 흥미롭게도 주연배우가 거의 아저씨였다. 최민식을 비롯해 송강호, 김윤석, 이병헌, 설경구 등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아저씨 배우들은 인기뿐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000만 영화에 두 번 이상 이름을 올린 배우는 송강호(괴물, 변호인)와 류승룡(7번방, 광해, 명량) 설경구(해운대, 실미도). 40대 이상 연기파 남자 배우라는 공통분모 위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이들은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연기로 사랑받아 왔다.
‘명량’ 흥행 비결 2 - 성수기에 개봉
7~8월, 12~1월은 학생들의 방학 시즌으로, 극장가로서는 둘도 없는 성수기다. 극장수입 통계만 봐도 이 시기는 관람객 수가 연간 가장 많다.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화사들이 방학 성수기를 노리는 건 당연하다.
역대 1000만 영화 [자료=CGV] |
‘명량’ 흥행 비결 3 – 닷새마다 100만 명씩 동원
1000만 전후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나열하고 100만 단위 도달일수를 살펴보면 800만까지 늦어도 5일 안에 백만 명씩 달성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반 관객몰이나 꾸준한 흥행뿐 아니라 800만에서 900만을 넘어가는 후반부에도 1000만을 달성한 영화는 6일을 넘지 않았다. ‘관상’은 이 시점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1000만 고지를 넘지 못했다. 이와 달리 ‘명량’은 100만 문턱을 1~2일마다 꾸준히 넘으며 폭발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관객동원능력을 보여줬다.
‘명량’ 흥행 비결 4 - 전 연령이 함께 즐긴다
역대 1000만 영화의 연령대 비중을 보면, 개봉 후 4주간 10대는 4.3%이상, 40~44세는 14.9% 이상으로 타 영화 대비 높다. 이는 20, 30대의 주 관람객은 물론 10대와 40~44세가 두루 관람할 수 있는 콘텐츠일수록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영화가 흥행하려면 제약이 없어야 유리하다. 19금 등 관람수위에 제한이 붙으면 아무래도 흥행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꼭 관람제한이 따라붙지 않더라도, 내용 상 특정 연령대에 편중된 작품 역시 전 연령대의 공감을 얻기 힘들고, 이는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즉, 40대 부모가 10대 자녀를 데리고 온가족이 같이 볼만한 영화라면 그만큼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명량’은 1000만 영화 최초로 40대 관객 수가 20대 관객을 넘어섰다. 게다가 영화를 관람한 10대의 50%가 부모님과 같이 관람했다고 답해 모든 연령대가 함께 공감할 만한 작품임을 입증했다.
‘명량’ 흥행 비결 5 – 독주는 위험하다
1000만 영화라는 것은, 산술적으로 국민 5명 중 1명이 본 작품을 의미한다. 이는 곧 극장을 찾는 관객 중 20%가량을 홀로 차지해야 1000만 관객 돌파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데이터를 분석하면 걸출한 라이벌이 있을 때 1000만 영화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예컨대 ‘변호인’을 포함한 과거 1000만 영화들이 등장한 시기, 500백만 전후의 규모 있는 영화 1~2개가 함께 시장을 이끌었다.
‘명량’의 경우, 1주일 빨리 개봉한 ‘군도’가 숙적으로 손꼽혔다. 손예진과 김남길의 ‘해적’을 비롯해 드림웍스의 역작 ‘드래곤 길들이기2’ 등 ‘해적’은 다양한 장르의 런닝메이트가 존재한다.
‘명량’ 흥행 비결 6 - 개봉 3주차에도 힘이 넉넉하다
대체로 영화는 개봉 1, 2주차에는 초반 기대감으로 관객몰이를 하다가도 3주차부터 고비를 맞는다. 이때에 접어들면 보통 소강상태를 보이는데, ‘광해’의 경우 개봉 초 다른 1000만 영화와 비교해 가장 저조한 객석률을 보였지만 3주차 폭발적으로 뒷심을 발휘하며 객석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입소문은 물론 3주차에 추석연휴가 자리했기에 가능했다. ‘7번방의 선물’도 유사하게 3주차에 설 연휴가 있어 초반 1, 2주차 보다 오히려 3주차에 높은 객석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관상’은 ‘광해’와 마찬가지로 추석연휴를 끼고 개봉했으나 2주차에 연휴가 분포하면서 3주차에 객석률이 급감, 결국 900만 관객동원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막 개봉 3주차에 접어든 ‘명량’의 뒷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량’ 흥행 비결 7 – 두 번 이상 보는 열혈관객이 많다
1000만 영화의 흥행공식 중 눈여겨볼 것은 종영까지 재관람율이 5% 이상이라는 점이다.
8월7일을 기준으로 ‘명량’의 재관람율은 3.7%로 한국영화(동기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이 정도의 재관람율은 경이적인 수치라는 게 영화계 안팎의 중론이다.
‘명량’ 흥행 비결 8 – 이순신, 성웅에서 흥행의 아이콘으로
우리에게 ‘성웅’ 이순신 장군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이묘들의 등쌀에 감행한 것이 바로 임진왜란인데, 당시 조선은 당파싸움과 무능한 왕권 등 총체적 부실로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왜적의 손에 유린당했다.
이 때 분연히 일어선 이순신은 우리에게 고난과 역경을 불굴의 투지로 이겨낸 영웅으로 받아들여진다. 열세가 분명한 해전을 불세출의 지략으로 돌파한 이순신은 강직한 성품과 명석한 두뇌, 서슬 퍼런 통솔력 등을 갖춘 명장 중의 명장으로 손꼽힌다.
이순신의 이야기는 시대가 혼란에 빠졌을 때, 특히 민초들의 삶이 고단할 때 각광받았다. 1985년 MBC에서 방영한 ‘조선왕조 500년-임진왜란’에서 김무생이 연기한 이순신은 난세의 진정한 영웅으로 묘사되며 억눌린 안방시청자들의 속을 풀어줬다. 2004년 KBS ‘불멸의 이순신’은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는 결정적인 작품으로 인식될 만큼 사랑 받았다.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한 영화 ‘명량’은 사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특유의 캐릭터 탓에 호불호가 갈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최민식의 연기는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에 집중하며 객석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최민식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열연은 ‘명량’의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