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말기암 환자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린 영화 '안녕, 헤이즐'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뉴스핌=김세혁 기자] 만약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심정이 들까. 십중팔구 꺼져가는 생의 절반은 박복한 신세를 한탄하며 보낼 것이고, 그나마 남은 시간마저 눈물과 절망으로 써버리지는 않을까. 죽음의 무게, 익숙한 현실에서 자신만 지워져버린다는 건 누구에게나 두렵고 막막한 일이기 때문이리라.
영화 ‘안녕, 헤이즐’은 병마와 싸우다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린 10대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막 피어나는 인생의 봄날, 암세포 탓에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소녀 헤이즐(쉐일린 우들리)은 언제 올지 모를 마지막을 기다리며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낸다.
하루라도 또래처럼 살고 싶은 헤이즐. 떠밀리다시피 찾아간 암환자 모임에서 만난 핸섬하고 유쾌한 거스(안셀 엘고트)는 지친 헤이즐의 마음을 단번에 흔든다. 한쪽 다리를 잘라냈지만 암을 이겨냈다는 거스는 대놓고 헤이즐에 호감을 보인다. 헤이즐 역시 그런 거스에 끌리지만 언제 꺼져버릴지 모를 삶 탓에 애써 찾아온 사랑 앞에 주저한다. 소설 ‘거대한 아픔’을 접점으로 만남을 이어가는 두 사람. 과연 헤이즐의 사랑은 이뤄질까.
소설가 존 그린의 베스트셀러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를 영화화한 ‘안녕, 헤이즐’은 죽음을 앞둔 말기암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렸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에도 누구보다 힘껏, 그리고 마음껏 사랑하며 비로소 무한대의 삶에 눈뜨는 헤이즐을 통해 영화는 우리 인생과 사랑, 죽음을 짧게나마 철학하게 한다.
‘안녕, 헤이즐’ 속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은 애잔하되 결코 비참하지 않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힐까 두렵다던 거스도, 딸 없이 살 부모를 걱정하던 헤이즐도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했음이 객석까지 충분히 전해진다. 짧지만 뜨거운 사랑에 만족하고 죽음을 담담하게 기다리며 헤이즐이 추도사를 써내려가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나는 신이다.
할리우드 신성 쉐일린 우들리와 안셀 엘고트의 로맨틱한 연기는 단연 눈길을 끈다. 19금 토크로 연예계를 뒤집었던 당돌한 배우 쉐일린 우들리의 투명한 연기는 영화팬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만하다. 1976년 브라이언 드 팔마의 동명 영화 리메이크작 ‘캐리’(2013)에서 왕따소녀의 왕자님으로 눈도장을 찍은 안셀 엘고트의 유머러스하고 꾸밈없는 연기도 볼거리. 8월13일 개봉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