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운용 규제 완화와 더불어 퇴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법들로 '디폴트 옵션'과 '기금형 제도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에 지나치게 치우치며 부진해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위험자산에 대한 한도 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가입자 운용 지시 없어도 금융사가 전략에 따라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퇴직연금의 자산운용방식인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의 비율은 각각 70.5%, 21.2%로 집계됐다. DB형과 DC형은 원리금보장형이 각각 97.7%, 79.0%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쏠림이 생기는 이유는 현재의 '자동운용상품 제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입자가 최초로 운용지시 기간 동안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원리금 보장상품을 자동운용상품으로 지정하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상황에서 DB형의 국내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0%대까지 떨어지자 실질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디폴트 옵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다. 디폴트 제도는 DC형 제도를 도입한 회사에서 직원이 퇴직연금펀드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회사 등이 사전에 정해놓은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동적으로 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실장은 "투자자들이 운용 지시를 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원리금보장상품에 자금이 들어가있다"며 "이 때문에 운용 수익이 낮다보니 나중에 노후자금 마련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 연금 선진국에서는 디폴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DC형 근로자 99%가 이를 활용하고 있고 스웨덴, 미국은 그 비중이 각각 92%, 80%에 달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를 통해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수탁자에게 기금(Trust) 운용을 맡기는 기금형 도입에 대한 필요성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계약형으로 근로자가 합의하에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위탁한다. 그러나 기금형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기금 자산의 법적 권한이 수탁자에 귀속되므로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가 강화될 수 있다. 또한 수탁자는 신탁 약관에 따라 가입자 및 연금 수급자의 최대이익을 보장하도록 선량한 관리자가 책임을 지게 되고 수탁자 선정과정에도 근로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금형 도입을 놓고 시장의 시선이 다소 엇갈리고는 있다"며 "만약 운용 규제 완화 등의 제도적 개선을 충분히 한다면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로도 퇴직연금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기금형 제도 하에서 디폴트 상품이 도입되면 기금이 스스로 디폴트 상품을 설정하고 감독 기관으로부터 적격성을 승인받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디폴트 옵션과 기금형 제도 등을 통해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 침체기를 겪는 펀드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기존에 원리금배당형에 치우쳐있었을 때보다 수익률이 올라가면 펀드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이는 증시를 부양시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성 실장은 "실적배당형상품이 주식도 있지만 대개 펀드를 통해 운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펀드 수요가 늘어나면 증시 부양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펀드 수익을 내고 소비도 하면 내수 경기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시장에 참여자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