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운용규제 완화·세제혜택 확대 절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3종연금'을 잘 챙길수만 있어도 기본적인 노후생활비는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연금 수급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은 계속해서 뒷걸음질치며 노후를 불안하게 한다. 제도 도입 10년만에 90조원 가깝게 덩치는 키웠지만 올해 분기 수익률은 제로 수준이다. 주식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운용규제가 과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대부분 운용자산이 과도하게 쏠려있는 탓이 크다. 뉴스핌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라] 기획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뉴스핌=이영기 기자] 당초 기대와는 달리 80조원대에서 증가 속도가 더뎌진 퇴직연금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선 운용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확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의 92%이상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수익률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연금적립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행의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운용위험자산 총한도는 각각 적립금의 70%와 40%다.
DB형이 DC형보다는 비교적 한도규제가 약한 편이지만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퇴직연금 특성상 위험자산투자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노후소득원으로서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선 장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테이킹하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에 대해선 엄격한 규제로 인해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같다"며 "가입자 성향과 연령별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지난해말 기준 운용현황을 보면 DB형과 DC형의 97.7%와 79.0%가 원리금 보장형에 투자된 상태다. 즉 실적배당형 등에 DB형과 DC형이 각각 2.3%와 21.0% 투자돼 오히려 DC형이 DB형보다 더 위험자산 운용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70%와 40%의 총한도 자체가 의미가 없다. 가입자들의 운용이 실질적으로 제약 당한 결과"로 풀이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용의 균형성과 가입자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관리비용을 증대시켜 운용규제가 없는 연금선진국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성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사적연금 실질수익률은 -2.2%, 2.2% 및 0.0%로 네덜란드(11.1%, 18.6% 및 8.2%)나 캐나다(11.4%, 8.5% 및 1.8%)보다 저조했다.
또 80조원 이상의 연금자산이 한도 규제로 동질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질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우리자본시장 상황과도 맞지 않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는 것.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DB형은 투자정책서 및 투자위원회 도입 등 운용프로세스의 명확화가 필요하고 DC형은 총량규제 40%를 연령이나 투자성향에 따라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퇴직연금의 활성화를 위해선 소득공제한도 상향 조정 등 세제혜택의 확대도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 연 400만원의 소득공제가 부여되지만 아직도 미국의 경우 1만5000달러 수준의 소득공제한도에 비하면 세제혜택 수준이 낮다.
지난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면서 관리운영 체계를 개선하고 자산운용 규제도 대폭 완화하는 등 퇴직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OECD주요국들도 연금자산 운용규제를 두지 않거나 두더라도 개괄적인 수준의 규제만 두는 경우가 있다"며 "지나치게 경직적인 현행 운용규제를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이미 자산운용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고 기금형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
다만 세제혜택 확대와 관련해서는 재정운용상 조세지출 총량을 고려해 다른 곳에서 조세지출을 줄여야 가능할 것이므로 현재의 400만원을 어떤 형식으로 얼마를 늘일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임 안종범 경제수석이 퇴직연금이 관심이 많고 세제확대를 주장했던 만큼 조세지출 항목 조정과정에서 퇴직연금이 우선순위의 위쪽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엿보인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