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내비게이션’ 설자리 점점 약해져
[뉴스핌=김기락 기자]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못 따라가죠”-국내 A 준중형차 고객(서울 구의동)
“차 살 때 내비게이션 선택하면 바보죠. 경차나 에쿠스나 내비게이션은 똑같지 않나요?”-30대 직장인(경기도 하남)
“나도 LG유플러스 다니지만 T맵 내비게이션도 좋더라”-LG유플러스 직원(서울역)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여행자들이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주목하고 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복합 서비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사와 포털 등의 제휴를 통해 검색 기능을 강화하거나 목적지 도착 시간을 상대방 휴대폰에 안내하는 등 첨단화되고 있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불가능한 기능이다.
반면 자동차 출고 시 선택사양인 내비게이션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통신사와 포털의 합종연횡 등 첨단화에 밀리고, 애프터마켓 제품에 상품성이 뒤진 예고된 결과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갈수록 ‘대세’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ㆍLG유플러스ㆍKT 등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모바일 내비게이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며 내비게이션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가입자가 가장 많은 곳은 SK플래닛의 ‘T맵’이다. 가입자 수는 1700만명, 월 이용자는 750만명에 달한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정확도 높은 실시간 교통 정보 및 모바일을 통한 빠른 업데이트 등이 모바일 내비게이션 규모를 키웠다”며 “완성차 업체의 순정 내비게이션도 일부 기능이 있으나 네트워크 기반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성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맵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면 화면 중앙에 배너 형태로 교통통제 상황 등 중요한 교통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주말 휴가철 명절 등 시기별, 계절별 여행정보나 차량관리 방법 등을 실시간 교통정보와 함께 볼 수 있다.
KT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휴를 통해 ‘올레내비’ 검색 기능을 강화했다. 올레내비에서 검색되지 않은 곳을 다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음식점 및 외국어명 점포, 복잡한 아파트 이름 등 기존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찾기 어려운 위치 정보의 검색이 가능하다. 포털의 강점인 검색 기능이 모바일에 적용된 사례다.
LG유플러스는 ‘U+ 내비 LTE 2.0’을 통해 LTE 네트워크 기반의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출시 1년만인 5월 말 기준 가입자수 500만명을 넘었다.
최근 탑재된 ‘도착알리미’ 기능은 U+내비 리얼만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상대방 전화번호를 사전 등록하면 설정된 시간 단위로 운전자의 현재위치 및 도착예정시간을 등록된 스마트폰에 문자로 알려준다.
또 ‘그룹주행’ 기능을 이용하면 최대 5명과 동시에 목적지를 공유할 수 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술이 낳은 결과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와 포탈 등 업체가 각사 장점을 융합해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애프터마켓이 내비게이션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의 내비게이션이 상대적으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잠재 고객 확보…완성차 ‘내비’ 설자리 약해
이같이 이동통신사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통신과 자동차를 융합할 수 있는데다 기존 고객을 지키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확대에 따라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2010년 175만대에서 지난해 100만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팅크웨어 및 아틀란 등 내비게이션 업체 제품이 완성차 대비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이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들 업체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팅크웨어는 블랙박스와 교육용 태블릿PC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비게이션 사업 비중은 2011년 90%에서 지난해 52%로 감소했다.
현대앰엔소프트는 최근 내비게이션과 종합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브랜드 ‘맵피’를 선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의 내비게이션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소형차나 대형차 등 차급 차이가 있더라도 성능은 대동소이하다는 게 중론이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차량 출고 시 내비게이션 장착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고객들이 내비게이션 성능 및 기능 등 자기 취향에 맞는 외부 업체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도, 설사 있더라도 소비자들이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일부 고가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의 경우 화면 터치 조차 지원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 등 국산차 보다 수입차의 내비게이션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질적으로 문제가 돼 온 수입차 내비게이션은 자국이 우수하다는 국수주의적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내 IT 및 내비게이션 등 기업과 제휴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위)ㆍLGU+(아래)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