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잦은 자연재해와 기근, 관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던 조선 철종 13년,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강동원)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하며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반면 소·돼지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천한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조윤으로부터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는 끔찍한 일을 당한다. 이후 도치는 힘없는 백성의 편이 돼 세상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적 떼 군도에 합류, 지리산 추설의 신 거성 도치로 거듭난다.
망할 세상을 뒤집기 위해,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위해 군도는 그렇게 백성의 적, 조윤과 한판 대결을 시작한다.
영화는 세상은 위대한 지도자, 영웅이 아닌 평범한 백성, 불특정 다수의 힘으로 바뀐다는 꽤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도:민란의 시대’(군도)는 ‘꽤 웃기는’ 오락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윤종빈 감독은 코믹한 설정을 영화 곳곳에 배치,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갔다.
게다가 전체적인 액션이나 배경 음악이 기존의 사극 느낌에서 벗어나 서부극을 표방했다는 점도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만하다.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극강의 비주얼과 귀를 사로잡는 웅장한 사운드는 예상치 못한 쾌감을 주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를 잇는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의 네 번째 호흡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영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 이유 중 하나인 만큼 두 사람은 전작들을 능가하는 시너지를 발휘한다.
특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는 돌무치(도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능수능란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앞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나는 코미디 담당이기에 시원하게 내려놓았다”던 그는 사투리 연기와 쌍칼 액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은 물론, 맛깔나는 연기로 열여덟 살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설정까지도 완벽하게 살려낸다.
하정우의 노련한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 강동원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눈길을 끈다. 4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강동원이 얼마나 이 작품에 공을 들였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의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는 관객과 함께 요동치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액션은 고고하고 아름답다는 말로 비유하기에도 어째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문제는 윤 감독 역시 꽤 공을 들였다는 데 있다. 윤 감독은 강동원이 등장하는 매 신을 너무나도 정성스럽고 예쁘게 포장(?)했다. 칼을 휘두르는 그의 뒤로 꽃잎이 휘날리는가 하면, 풀어헤쳐 지는 그의 머릿결은 광고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다소 과한 설정 탓에 (웃지 않아야 할 장면에서) 종종 웃음이 유발된다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영화는 다소 긴 러닝타임(137분) 때문인지 아니면 주제의식을 정면으로 내세우느라 비장해진 탓인지 초반보다 중·후반부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이야기가 더 천천히 흘러간다 한들 요즘 같은 세상에 “세상을 바꾸는 건 특정 인물이 아닌, 불특정 다수”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관객의 가슴을 울리지 않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미덕을 갖췄으니 (너무 진지하고 묵직한 전통 사극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군도’는 분명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며 한국영화의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