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변죽만 울리고 대리점 사장만 울렸다. 최문기 장관과 윤종록 차관 김주한 국장까지 직접 나서 공언했던 이동통신3사 CEO(대표이사)에 대한 형사고발 경고성 메시지가 단순 으름장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대신 애꿎은 이동통신사의 대리점 사장만 호되게 당하게 됐다. 미래부가 '몸통'인 이통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대리점 사장을 중심으로 검찰에 형사고발한 것. 잇딴 영업정지로 몸살을 앓았던 이통사 대리점 사장들은 또 다시 검찰수사 뒤 처리될 형사처벌에 마음을 졸이게 됐다.
미래부는 9일 영업정지 기간에 사전 예약 가입 형태로 편법영업을 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등 이통3사의 68개 대리점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이통3사 CEO에 대한 검찰고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의 미래부가 공식석상에서 이통3사에 여러 차례 언급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결정이다. 특히 최문기 장관과 윤종록 차관 그리고 주무국장인 김주한 국장이 이통3사 CEO와 CR(대관) 핵심임원등을 잇따라 호출하며 강력 경고한 목소리가 무색케 할 정도다.
지난 3월 초 최 장관은 이통3사 CEO와 자리를 갖고 "불법행위가 다시 재뱔되면 제재 수위를 CEO까지 처벌할 수 있다"며 경고했고 지난 4월 중순에도 윤 차관이 각 이통사 CR담당 최고 임원과 자리한 뒤 시장교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
지난 5월에도 김 국장이 이통3사 CR 담당을 호출한 뒤 "영업정지 기간에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사전 예약가입을 위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향후 서류검토와 현장조사를 거쳐 엄정하게 조처할 것"이라며 이통3사 CEO의 형사고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심지어 미래부 한 고위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에 불법행위 정황이 드러난 이통3사를 형사고발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입장과 달리 미래부는 이통3사의 대리점 사장들에 대해서만 검찰에 형사고발 조치했다. 미래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이통3사 CEO에 대한 검찰고발은 공염불(空念佛)에 그친 셈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측은 이통3사 CEO의 형사고발이 검찰조사에서 무혐의로 처리될 땐 '무고죄'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미래부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중앙행정기관이 무고죄로 처벌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상 중앙행정기관이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당해 처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미래부 입장에서는 이통3사 CEO를 형사고발 뒤 불 후폭풍을 더 우려한 듯 하다"고 귀띔했다.
미래부가 이통3사 CEO를 검찰에 고발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인 '대리점과 연결고리를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동통신시장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통사 대리점은 본사의 정책과 지침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번 영업정지 기간에 대리점들이 예약가입자를 받은 행위 역시 본사의 리베이트 정책에 기반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통사들이 우회적으로 대리점을 상대로 모든 리베이트 정책을 지시했으나 미래부에 적발된 이후 태도가 바뀐 것"이라며 "미래부가 강자인 이통사에게 약하고 약자인 대리점에 강한 전형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이통사 대리점 사장들은 전기통신사업법상 103조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검찰조사에서 이통사 대리점 사장들의 혐의가 인정될 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각 이통사 대리점들은 이번 미래부의 조치에 조직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