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메인포스터 [사진=CJ E&M] |
시리즈 내내 연출을 도맡은 마이클 베이는 3년 만의 신작 ‘사라진 시대’에서 최고의 볼륨을 선보인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락다운, 그리고 새로운(?) 적 갈바트론 등 세 가지 세력이 등장해 영화가 끝날 때가지 화끈한 전투를 벌인다(죄다 때려 부순다는 표현이 맞다). 시리즈 최초로 다이노봇, 즉 공룡형 트랜스포머가 등장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홍콩으로 배경을 바꿔가며 펼쳐지는 ‘사라진 시대’의 전투신은 시원시원하다. 객석을 압도하는 트랜스포머들의 변신장면은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됐다. 동작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매끄럽다. 부품 하나까지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로봇들의 몸놀림에는 탄성이 터진다.
트랜스포머의 숫자도 늘어났다. 총잡이와 사무라이, 새롭게 거듭난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가 가장 눈길을 끈다. 압도적인 전투력을 자랑하는 사악한 락다운은 주인공 이상의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후반 들어 정체를 드러내는 갈바트론 역시 눈이 가는 캐릭터다. 인간이 만들어낸 ‘짝퉁’ 트랜스포머도 대거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볼륨업된 변신로봇들은 첨단기술이 빚은 3D 화면 위를 자유롭게 누빈다. 입체화면을 처음 도입한 것은 3편이었지만 ‘사라진 시대’는 전편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3D 화면을 구현했다. 특히 락다운의 은거지 ‘나이트쉽’을 위쪽에서 서서히 클로즈업하는 화면은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온갖 새로운 것으로 무장한 ‘사라진 시대’는 인간 캐릭터에도 과감한 변화를 줬다. 연출자가 같다는 점에서 정통성과 고유함이 이어질 것 같았지만 전작의 주인공 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부터 갈아치웠다. 대신 제작진은 괴짜 엔지니어 케이드(마크 월버그)와 딸 테사(니콜라 펠츠), 테사의 남자친구 셰인(잭 레이너) 등 새 얼굴을 투입했다. 홍보가 덜 된 탓인지 샘 윗윅키를 찾는 팬이 아직 많다는 게 조금 불안하다.
잘 만든 영화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16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다. 영화는 중반까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이후부터는 체력전 느낌이 강해진다. 주인공들이 홍콩으로 넘어간 뒤부터 ‘이쯤에서 끝내도 좋을 텐데’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트랜스포머들의 전투신은 나무랄 데 없지만 쓸데없이 길어 객석의 피로도를 높인다. 시종일관 때려 부수는 탓에 나중엔 로봇들의 주먹에 두들겨 맞는 것처럼 진이 빠진다. 변신로봇들의 싸움에 인간을 끼워 넣고 의리와 정의를 외치는 이야기 역시 슬슬 지루하다.
배우들의 유기적 조합과 역할도 아쉽다. ‘사라진 시대’는 케이드와 테사 부녀, 즉 가족을 내세운 감동코드를 심어놨지만 가슴에 꽂히는 강도가 약하다. 연기파 마크 월버그의 행동은 지나치게 즉흥적이어서 현실성이 없다. 니콜라 펠츠의 얼굴과 몸매는 호감이지만 그가 저지르는 온갖 민폐는 결단코 비호감이다. 테사를 놓고 케이드와 옥신각신하는 셰인의 존재감도 희미하다. 리빙빙이 연기한 쑤웨밍 역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만약 한경의 팬이라면, 그가 영화에 나왔다는 사실은 그냥 잊는 게 낫다.
이런 단점에도 ‘트랜스포머’는 80% 넘는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스코어도 관심사다. 세계적으로 빅히트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커다란 흥행기록을 세웠다. 1, 2, 3편이 각각 700만 명 넘는 관객(총 2272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으니 ‘사라진 시대’가 전작만큼만 한다면 이참에 3000만 신화를 노려볼 만하다.
객석이 이 영화를 딱 SF 오락영화쯤으로 본다면 ‘사라진 시대’는 전작들의 스코어를 무난하게 이어갈 듯하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처럼 오락영화 이상의 뭔가를 기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가 지금까지의 막강한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