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해 안정적·합병 후 구조조정 가능성 적어
[뉴스핌=정탁윤 기자] LIG그룹의 최종 선택은 KB였다. LIG가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 등 각종 사고로 내홍을 겪고 있는 KB금융지주를 LIG손해보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낙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LIG 측은 LI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있었던 본입찰에는 롯데그룹과 KB금융지주, 동양생명(보고펀드), 자베즈파트너스(새마을금고), 중국 푸싱그룹 등 총 5개사가 참여했다.
이 중 LIG는 자베즈와 푸싱그룹을 일찌감치 배제시키고 최근까지도 롯데와 KB, 동양 등 3개사와만 경매호가식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애초 본입찰에서는 롯데가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내며 앞서나가는 듯 했다. 본입찰 이후 추가 협상에서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강한 인수 의지로 6000억원대 초중반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B금융의 경우 지난해부터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데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을 놓고 경영진들간 갈등이 붉어지며 인수 후보에서 한발 멀어지는 듯 했다. 동양은 롯데와 KB에 비해 자금조달면에서 불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LIG가 KB를 낙점한 것은 롯데가 유통업 기반인데 반해 KB가 안정적인 금융지주회사란 점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이미 롯데손해보험(옛 대한화재)이 있어 사업영역이 겹친다. 합병 후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욱이 롯데는 대한화재 인수 이후 제대로 사업영역을 확대하지 못했다. LIG손보 노조가 처음부터 롯데를 반대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LIG손보 노조는 구자원 회장 등 대주주가 약속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자에게 LIG손보를 매각하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롯데에 대해서는 아무리 많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결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주주가 LIG건설 CP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한다면서 내세운 명분과 달리 롯데에 매각할 경우 또 다른 피해집단을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부터 LIG손보는 노조를 중심으로 롯데에 인수되는 것을 고래가 새우에 먹히는 격으로 봤다"며 "반면 KB의 경우 상대적으로 복지도 좋고 같은 금융사란 점에서 KB가 인수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