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전도유망한 야구선수였던 이환(이민기)은 승부조작에 연루되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이환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다름 아닌 사채업과 도박판을 주름잡는 부산 최대 규모의 조직, 황제 캐피탈의 대표 정상하(박성웅).
환의 잠재력을 알아본 상하는 다른 조직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독기만 남은 환은 그렇게 냉혹한 세계에 발을 디디고 타고난 승부 근성과 독기로 몇 차례의 달콤한 승리도 맛본다.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싶은 환의 욕망은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환상의 케미스트리(사람 간의 화학작용)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 듯하다. 단언컨대 박성웅과 이민기의 열연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더욱이 두 사람의 조화는 생각 이상으로 꽤 훌륭하다. 그간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스크린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전작 ‘몬스터’(2014)를 시작으로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뒤엎은 이민기는 이번에도 상남자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한층 넓어진 연기로 환의 거친 면은 물론 섬세한 감정까지 무리 없이 살려냈다. 이민기가 환의 젊은 패기를 그려내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박성웅은 상하의 묵직함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따뜻함과 냉혹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러닝타임(104분) 내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액션스쿨출신답게 격투신 역시 흠잡을 데 없다.
물론 박성웅의 액션신만 눈에 띄는 건 아니다. 영화에는 미화되지 않은 날것의 액션이 주로 등장한다. 이는 욕망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두 남자의 심리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랜턴 불빛만 비추는 밀폐된 복도에서 수십 명의 조직원이 뒤엉켜 맞붙는 액션신이 가장 눈길을 끈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과 소리로 반응하는 그들의 거친 액션은 (다소 자극적이긴 하나)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부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다.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볼거리는 물론,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를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김해 출신인 이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영화를 위해 사투리 지도까지 받았던 박성웅의 실력도 완벽에 가깝다. 연수(이태임)의 얼굴을 거칠게 잡은 채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내뱉는 상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리얼함에 절로 흠칫하게 된다.
반면 욕망을 향해 돌진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대중적인 방법으로 담았을지언정 밀도 높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구조, 그리고 결말이 너무 뻔한 탓에 심심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음악이나 영화 자체의 색감 등에서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 혹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듯한 수위 높은 정사신이 삽입됐다는 점은 관객의 시선을 끌만 하다.
또 하나 이환의 친구이자 오른팔 경수 역의 이재원과 밑바닥 세계에서 절대적 권력인 돈을 쥔 회장 한득 역의 김종구의 열연도 눈여겨 볼만하다. 1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유나이티드픽처스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