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재산 보다 '기업가치' 높이는 전략적 투자 즐겨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IT(정보통신)업계에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중국산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IT업계를 대상으로 거침없는 투자를 하고있는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의 성장으로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중국 IT기업에 투자하면서 지명도와 시장 영향력도 급속히 확대됐다. 그는 리옌훙(李彥宏, 바이두 대표)·마윈(馬雲, 알리바바 대표)·마화텅(馬化騰,텐센트 대표) 등 중국 1세대 IT강자를 잇는 차세대 신흥 IT부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리옌훙·마윈·마화텅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IT강자가 됐다면, 레이쥔은 스마트폰 제조를 발판삼아 IT업계로 세력을 확장 중이다. 그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최근 중국 IT업계에서는 레이쥔 회장이 투자한 '레이쥔계(系) 기업'이 단골 뉴스가 되고 있다.
레이쥔이 개인과 회사 명의로 투자한 레이쥔계 기업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킹소프트(金山軟件), 나스닥 상장 기업 환쥐스다이(歡聚時代), 최근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치타모바일(獵豹移動) 등이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레이쥔 회장의 자산확대는 물론 샤오미의 성장을 촉진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배짱 두둑한 엔젤
킹소프트는 올해 5월 9일 기준 시가총액 260억 홍콩달러(약 33.54억 달러)의 중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레이쥔은 이 회사의 비상임이사이자 이사장으로, 개인과 자회사 명의로 킹소프트의 지분 26.90%를 보유하고 있다.
환쥐스다이는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온라인 게임업체로 최근 몇 년 실적이 크게 향상돼 미국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온라인 교육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환쥐스다이의 시가총액은 29억 1800만 달러에 달한다. 레이쥔은 다수의 의결권이 보장된 클래스B 주식 44.8%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에 대한 레이쥔의 의결권 비율은 38.8%로 CEO인 리쉐링(李學凌) 보다 많아, 레이쥔의 환쥐스다이의 실질적 소유주가 됐다.
5월 8일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치타모바일은 킹소프트의 자회사다. 레이쥔의 샤오미는 치타모바일 상장에 기초투자자 자격으로 투자했다. 중국의 3대 IT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직간접적으로 이 업체에 투자했다. 레이쥔은 이 기업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레이쥔 회장은 2011년 인터넷 기업 전문 투자회사인 순웨이펀드(順爲基金)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레이쥔과 샤오미의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레이쥔은 기업가임과 동시에 엔젤(에인절)투자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엔젤투자자 자격으로 투자한 기업 역시 대부분 IT 기업이다. 줘위에망(卓越网)·샤오야오왕(逍遥网)·UC여우스(UC优视)·창청후이(长城会) 등 20여개 IT기업의 레이쥔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레이쥔의 투자 수익률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시장 역시 투자수익률보다는 투자 전략과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그의 투자가 개인의 자산불리기가 아닌 샤오미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투자이기 때문이다.
◇ IT업계 지도 바꾸는 지방대 컴퓨터공학도
레이쥔 회장의 자산은 235억 위안(약 3조 8700억 원). 샤오미 설립 4년 만에 중국에서 손에 꼽히는 부호가 됐다.
그의 최대 자산은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다. 2010년 4월 설립된 샤오미는 2013년 매출 316억 위안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800억 위안 돌파를 계획하고 있다. 레이쥔 회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상장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샤오미의 시가총액은 이미 100억 달러(10조 26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레이쥔 회장이 IT업계에 대한 투자는 '샤오미 왕국' 건설의 밑그림에 따라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대표가 IT업계 투자에 적극나설 수 있는 것은 레이쥔 회장이 IT 전문가 출신이기에 가능했다.
1987년 우한(武漢)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줄곧 컴퓨터 프로그램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했다. 1992년에는 킹소프트에 합류해 IT업계에서 종회 무진했다.
그가 구상중인 '샤오미 왕국' 역시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샤오미라는 브랜드 아래 '스마트 라이프'를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샤오미 왕국'의 밑그림이다. 현재까지 레이쥔의 최고 히트 작품은 '스마트폰'이지만, 그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레이쥔과 샤오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샤오미 왕국의 밑그림을 위해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샤오미의 향후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레이쥔의 목표는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와 가입자 확보에 있다. 그가 샤오미 스마트폰 출시에 앞서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국 소비자를 위해 사용환경을 최적화한 MIUI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때문이다.
MIUI 시스템과 함께 모바일SNS 미랴오(米聊)도 출시했지만, 텐센트의 위챗에 밀렸다. 그러나 샤오미가 기대이상의 '대박'을 치면서 샤오미 왕국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됐다.
레이쥔과 샤오미는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IT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하는 방식으로 IT서비스를 위한 '실탄'을 장전 중이다. 최근 3년 샤오미의 투자 대상은 치타모바일(獵豹移動), 시산쥐(西山居), 둬칸커지(多看科技) 등 대부분이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IT기업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