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주요국서 반EU 정당 약진…EU 탈퇴 주장
[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25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붕괴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반EU 공약을 내세운 정당들이 크게 승리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극우파인 영국독립당(UKIP)이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체제를 108년 만에 무너뜨리며 역사를 다시 썼다. 프랑스에서도 극우파 국민전선(FN)이 압승을 거두면서 프랑스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英 EU 탈퇴 가능성 급부각
반유럽통합 목소리가 부각되는 이면에는 유럽인들의 재정불안과 경기침체에 따른 고통, 긴축조치에 대한 불만이 잠재해 있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보수당이 승리하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카메론 총리는 EU가 회원국들에 앞서 가진 권한을 가능한 한 축소해야 한다는 EU 개혁안을 내세우고 있다.
EU 탈퇴론에 비해 온건한 카메론 총리의 EU 개혁안이 영국은 물론, 유럽의회 내에서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보수당 진영 내부에서도 대EU 정책은 선명하지도 않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지지율을 만회를 위해서는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을 앞당겨야 할 전망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EU에 소속된 상태에서 영국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권한보다 책임, 또는 이익보다 부담이 더 크다고 느끼게 되면 유권자들의 표심은 당연히 EU 탈퇴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 프랑스 극우파 압승…반EU 정서 부각
프랑스에서는 극우파 국민전선의 승리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이 이끄는 사회당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 이어 두차례 연속 참패를 기록했다.
반EU 정책을 내세운 국민전선이 선전한 배경은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 반이민정서 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은 25%에 이르고 있으며, 최근 실업자 수도 330만명을 넘어섰다. 올랑드 정부는 프랑스의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 민심은 등을 돌린 모습이다.
반면 EU체제 아래에서 구제금융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재정긴축을 진행해 온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에서는 급진좌파 정당들이 약진했다.
이들은 EU의 일방적 조치가 자국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논리를 부각하고 있다. 또한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과 EU 집행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극우·극좌 달라도 핵심은 'EU 탈퇴'
결국 EU를 이끌고 있는 중심국에서는 극우파가, 구제금융으로 고통을 겪은 주변국에서는 극좌파가 승리했다. 정치적 색채는 달랐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의 핵심은 'EU 탈퇴'로 일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연합이 무난히 승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밝히면서도 향후 유럽의회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EU를 함께 이끌고 있는 프랑스 올랑드 정권의 참패는 메르켈 총리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메르켈은 "일부 국가에서 극우파나 포퓰리즘 정당이 승리한 것은 놀랍지만 유감스럽다"면서도 "유럽 각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내 경기 회복이 지연되거나 침체 지속으로 인해 중심국과 주변국 간의 괴리감이 더 커진다면 유럽 각국에서는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EU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