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팔아 종자돈, 세계굴지의 에너지왕국 구축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5월 초순 중국 경제계가 술렁거렸다. 대중에게 생소한 한 남자가 14억 중국인 중 가장 몸값이 높다는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이 아닌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처음 중국 최고 부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호기심을 더해줬다. 화제의 인물은 청정 녹색 에너지발전 분야 한넝(漢能)홀딩스그룹의 리허쥔(李河君) 회장.
리허쥔 회장은 수력과 태양광 풍력이 주력인 민영기업 한넝홀딩스 주식 97.57%를 보유한 오너 경영인이다. 한넝홀딩스는 중국 최대의 민영 청정 에너지기업이며 세계 최대 박막 태양에너지 기업이기도 하다. 중국 '신차이푸(新財富)'가 발표한 ‘2014 중국 500대 부호’에서 리허쥔은 ‘몸값’ 870억 위안(약 14조원)으로 1위에 올랐다. 언론들은 청정 에너지 분야가 오랫동안 부동산이 독차지해 온 ‘최고부자 지정석’을 빼았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리 회장은 1967년 객가인(客家人 황하 이북에서 광둥성 등 남방으로 이주한 외래인들)의 근거지인 광둥(廣東)성 허위안(河源)시에서 태어났다. 1984년 허위안시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쳤으며, 1988년 베이징으로 올라와 북방교통대학(현 베이징교통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그는 전자제품을 팔아 종자돈을 마련한 뒤 고향 허위안에서 소형 수력발전 사업을 시작했다. 1991년 부동산과 첨단기술 개발을 위주로 하는 화루이투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M&A와 지분참여를 통해 회사규모를 키워왔다.
청정 녹색에너지라는 개념조차 중국에서 낯설었던 지난 1994년, 리 회장은 화루이투자집단을 모태로 한넝홀딩스그룹을 창립했다. 한넝의 넝은 중국말에서 에너지(能源)라는 뜻이다. 리회장은 회사 창립과 함께 ‘청정에너지로 세계를 바꾼다’ 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녹색 신에너지 발전 사업에 전력을 쏟았다.
현재 리 회장은 한넝을 민영기업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회사로 키워냈다. 2012년 한넝의 초박막 태양에너지 생산규모는 3기가와트(GW)로, 역시 글로벌 최대 규모라는 위용을 떨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가 지속성장의 최대 난적으로 떠오른 지금 리 회장이 내건 ‘신에너지 세계 제패’의 꿈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영능력과 함께 그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이룬 성취는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광범위한 인정을 받고 있다. 2003년 리 회장은 세계 M&A연구센터로부터 ‘중국 10대 M&A 인물’에 선정됐다. 2010년 중국기업연합회는 그에게 '중국 녹색브랜드 공헌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 2011년 리 회장은 중국공산당 중앙통전부에 의해 비공유제 경제의 표본인물로 뽑혔으며 전국정협위원이라는 신분도 걸치고 있다.
리허쥔의 중국 최고 부호 등극에 대해 중국매체들은 ‘30년 하동(河東 강동), 30년 하서(河西 강서)’ 즉, 하동발전의 시대가 지고 하서 발전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산업의 부침에 따라 신에너지와 IT 바이오 분야가 부동산과 철강, 백주산업 대신 신흥 부호의 산실로 부상한 세태를 웅변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