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며 죄의식도 없이 수수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기획재정부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잇따라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관(官)피아(관료+마피아)의 대표적인 행태가 뇌물수수라는 지적이다.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공무원들에게 명절 때마다 고가의 상품권과 선물을 돌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물 받은 명단에 기재부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해운조합에서 선물을 받은 기재부 공무원은 해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2명과 사무관 1명으로 알려졌다. 직접 관련된 부처는 아니지만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 공무원에게까지 명절 떡값을 돌리는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이 사건에 앞서 기재부는 세제실 A과장을 직위해제하기도 했다.
A과장은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 파견 당시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내부 감찰에서 적발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에 기재부로 원대복귀했고 이어 올해 3월 과장급 인사에서 세제실로 발령 받았다.
청와대는 애초 A과장이 "기재부로 원대복귀한 것이 징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각 부처에 징계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기재부가 A과장이 보직을 맡은 지 한 달만에 직위해제했다.
문제는 A과장과 해운조합에서 선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과장급 2명 모두 기재부 내에서 알아주는 엘리트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청와대에 들어간 A과장을 포함해 3명 과장 모두 각 실·국에서 전도유망한 공무원들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라는 책을 펴낸 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은 공무원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으로 뇌물을 꼽았다.
'관피아'는 이런 일상적인 선물과 접대, 뇌물에서 시작된다. 엘리트로 꼽히는 관료들조차 도덕 관념이 무너진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아무 죄의식 없이 받고 봐주는 문화가 형성되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해양수산부와 해양 관련 단체, 해운업체 간 유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에 기재부 공무원들이 이번 뇌물 사건을 교훈 삼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학맥, 인맥, 지연 등이 중요하게 생각되다보니 식사와 접대의 경계, 뇌물과 선물의 경계 등이 다소 불명확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고위직을 생각하는 공무원이라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