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최근 잇따라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90대 고령인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신호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최근들어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정보통신을 시작으로 지난달 롯데로지스틱스 등기이사를, 지난달 30일에는 롯데리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모두 그가 적게는 수년에서 십수년씩 등기이사를 맡아오던 곳이다.
시기적으로도 공교롭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신 총괄회장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상당량 매입하고 나서면서 승계 전쟁이 본격화 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 더불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같은 추측을 부채질했다.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 부문인 만큼 그룹내에서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롯데그룹 오너들이 계열사 지분을 직접 사 모은 것은 5년 만이다.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에 잇따라 사임하는 배경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신 회장 역시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의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바 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전문경영인들을 직접 영입해 롯데의 젊은 분위기를 직접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잇따른 계열사 등기이사 사임 행보는 그룹의 작은 계열사들을 젊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 총괄회장이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그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그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알미늄, 대홍기획, 롯데자이언츠, 부산롯데호텔 등 9개의 롯데그룹내 주요 계열사에서 등기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90세가 넘는 고령인 그가 점차 자신의 영역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 총괄회장이 물러나고 계열사간 합병과 지분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머지 않아 오너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다만 단기간에 이 같은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