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심각상태에서 구조조정하면 손실, 비용 급증"
[뉴스핌=이영기 기자] '정책금융의 맏형'인 KDB산업은행은 사전적 구조조정이 우리나라에서 부진한 이유를 구조조정 기업 경영진의 인식부족에서도 찾고 있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사후적 프로세스에 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경영진의 인식부족이 꼽힌 것이다.
10일 산은 구조조정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기업구조조정의 동향을 보면 조선, 해운,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은 지난 2011년에는 32개였지만 2013년에는 40개로 증가한 것.
외환위기 직후가 외부 경제상황의 악화로 기업구조조정이 이뤄진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기업자체의 문제와 산업 사이클 차원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시장에 의한 사전적 구조조정 기능이 취약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 부담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 사후적 프로세스에 집중되고 있는 점이다.
산은 관계자는 "사실상 재무상태가 회복불능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와 채권시장의 발전 덕분에 오랜기간 연명(좀비기업)이 가능해 부실을 확대시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이 심각한 상태에서 사후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의 손실과 비용이 대폭 증가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저금리 저성장 환경에서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돼 사후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채권단의 여력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화된 점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이 비효율적인 사후 프로세스를 피하는 방안으로는 자산매각을 중심으로 자구계획을 추진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 즉 사전적 구조조정이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M&A시장이나 부실채권시장 등 구조조정 인프라가 미비해 자산매각 거래가 원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보유자산 가치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은에서 10년 이상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경영진의 인식부족 등은 채권단의 자금지원 등 사회적 자원 투입 자체를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의 구제수단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부실의 이연과 확대를 유발시켜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초래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