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규정상 추가유예 어렵다" vs "인도사례 등 식량주권차원 접근해야"
[뉴스핌=홍승훈 기자] 쌀 관세화 여부를 두고 농민단체와 정부 학계간 뜨거운 논리대결을 펼쳤지만 예상대로 뾰족한 대안이나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했다.
정부와 학계에선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추가 재연장은 어렵고 일시적 의무면제(웨이버) 등의 방법 외에는 관세화를 피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농민단체에선 쌀 문제는 식량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정부의 WTO 협정문 해석이 뿌리깊은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과민한 해석이라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쌀 관세화 유예종료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고 농민단체, 학계, 연구소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박수진 농림부 식량정책과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관세화를 하지 않으면서 의무수입 물량도 늘리지 않는 방안이 가능하다면 최선일 수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법률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WTO 협정문과 필리핀 사례를 들었다. 앞서 최근 협상을 시도한 필리핀의 경우 현상유지가 불가능해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을 전제로 관세화 유예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박 과장은 "결국 쌀 관세화 유예를 지소갛기 위해선 필리핀처럼 웨이버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리할 지 신중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더 이상의 추가 쌀 수입은 불가하며 현재의 수입물량을 유지하며 관세화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가야 한다"고 맞받았다.
박 위원장은 반대 근거로 인도사례를 들고 나왔다. 인도의 경우 전 국민의 68%에 대해 식량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정가격에 수매를 실시, WTO 감축대상 보조를 위반했다. 그럼에도 WTO 회원국들에 자국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시켜 제소 없이 마무리지은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민단체측에선 국내 정부의 WTO 협정문에 대한 과도한 유추해석을 문제삼기도했다.
박 위원장은 "해외에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국의 이익관점에서 협상을 하고 규정보다는 국가적 합의를 우선시한다"며 "하지만 국내 정부는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시각으로 협상에 앞서 먼저 접고 들어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국제사회가 통상전쟁을 하는 상황에선 논리가 정연해야 먹힐 수 있다. 이미 2004년말 유예를 할 때 한 차례에 한해 가능하다고 협정문에 나와 있다"며 "현 수입물량은 유지하면서 유예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최 교수는 "인도의 보조금 문제는 공공비축 목적으로 유지하는 보조금 문제이지 시장개방 문제가 아니라서 상대국이 분쟁제기를 안하도록 된 것"이라며 "보조금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들도 관행적으로 위반하는 관행이 있어서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이지 시장개방 문제와는 다른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고율관세를 통한 쌀 관세화 완충 주장이 허구적이란 비난도 잇따랐다.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장은 "농림부 등 정부에선 FTA에서 쌀 양허를 제외하고 TPP에서도 쌀 개방문제는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 주장하지만 이를 신뢰할 수 없다"이라며 "윗선에서 정하면 따라가는 게 현실 아니냐. 대통령과 전 정부부처의 국가 차원의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는 6월말까지 의견수렴을 통해 정부 입장을 확정짓겠다는 정부 스케줄에 대해서도 "가장 바쁜 농번기에 어떻게 농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을 수 있냐. 연초부터 하자고 했는데 너무 늦다. 9월에 WTO측에 우리 입장을 주면 되니 7~8월까지 최대한 의견을 듣고 9월 국회에 올려 최종방침을 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불만도 속출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