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자식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습니다”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중생 수진.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하나뿐인 딸의 죽음 앞에서도 무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가 도착한다.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곳에서 상현은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웃고 있는 철용을 발견한다.
순간 이성을 잃은 상현은 우발적으로 철용을 죽이고 또 다른 공범을 찾아 나선다. 한편 수진의 살인사건 담당 형사 억관(이성민)은 철용의 살해현장을 본 후 상현이 범인임을 직감하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는 시작부터 먹먹하다. 러닝타임(122분) 내내 분한 마음을 억제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부성애를 다뤘음에도 불구) 이상하게 눈물을 터뜨릴 수 없다. 어쩌면 이는 영화가 문제의 근원을 바로 잡아주지도, 시원한 해답을 내려주지도 않는 까닭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 속에 잘못된 시스템을 차갑도록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결국, 외면하고 싶었던 사건과 마주한 관객은 무력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딸을 죽인 소년을 살해한 아버지, 이 아버지의 살인은 정당한가”이다. 동시에 영화는 솜방망이 처벌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사법제도의 모순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상현이 휘두르는 둔기에 죽어가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죄가 강간·살해가 아닌 아이패드 절도라고 생각하는 철용, 당신의 아들이 한 범죄를 듣고도 “내 피 같은 새끼가 죽었잖아요”라며 오열하는 철용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분명 우리는 또 다른 물음을 떠안게 된다.
영화는 상현과 수진, 혹은 상현과 억관 양쪽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제를 파고드는 심도가 높아졌다. 캐릭터를 모두 살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상현으로 무게 중심이 실리면서 이야기는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앞으로 나간다.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몰입도다. 관객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감정 제어가 힘들어짐을 느끼게 된다. 아마 이는 주연 배우 정재영과 이성민의 능숙한 연기 덕분일 거다. 장르와 역할 경계를 완벽히 넘나드는 두 사람의 폭발적인 연기는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내며 영화의 수준을 한층 격상시켰다.
물론, 원작과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 있다. 영화는 일본 미스터리물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원작과 그리 많이 닮아 있진 않다. 되레 원작보다는 지난 3월 24일 전북 군산시에서 일어난 살해 사건을 자주 연상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따로 있다. 바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다. 앞서 메가폰을 잡은 이정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디선가 혼자서 묵묵히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누군가를 대신해서 외쳐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자면 피해자 가족이 아닌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가해자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가 미성년자란 이유만으로 줄어든 형량만큼이 아님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