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한계돌파를 위한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작업이 상당한 속도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에 이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이 결정됐다. 전자 계열의 사업재편이 중화학 분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런 작업은 경영효율화 측면이다. 이익을 많이 내는 쪽으로의 쏠림현상을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해소하면서 성장이 더딘 곳을 뭉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더불어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때문에 중화학에 이어 건설 분야로도 사업 재정비는 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역이 어느 분야 어느 계열사까지 확대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2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각각 1대 2.1441다. 삼성종합화학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석유화학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종합화학'으로 양사는 오는 18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6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종합화학 관계자는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회복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이러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의 중간화학제품(다운스트림) 사업과 자회사인 삼성토탈의 기초화학제품(업스트림) 및 에너지사업간의 유기적인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은 그동안 삼성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꾸준하게 거론돼 왔던 부분이다. 삼성의 중화학 계열사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이외에 삼성토탈,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으로 나눠져 있었지만 이곳들을 모두 합쳐도 LG화학의 매출을 따라지 못할 정도로 경영효율성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종합화학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와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첫 신호탄이 됐지만 이후 삼성토탈,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과 관련한 재정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일각에서는 중화학 분야의 사업재편 작업과 더불어 건설 분야의 조정도 빠른 시간 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런 관측은 설득력이 높아진 상태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율을 7.81%까지 늘렸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더불어 건설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도 형식의 문제일 뿐 어떤식으로든 재편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각 계열사의 건설부문을 떼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런 사업재편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불필요하게 거미줄로 얽혀있는 지배구조를 보다 간결하게 만들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지배력을 더 공공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대하고 이를 원활하게 마무리하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딸들의 사업영역도 보장하는 수순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번 삼성종합화학 합병으로 인해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이던 이부진 사장(지분율 33.2%)은 합병 비율에 따라 합병법인의 지분 4.91%를 갖게 된다. 삼성물산이 36.99%로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삼성테크윈(22.56%), 삼성SDI(9.08%), 삼성전기(8.97%), 삼성전자(5.25%) 순으로 지분구조가 짜진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정비와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이부진 사장의 경영권 승계 방향이 정해질 수 있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