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의 '선택과 집중' 전략 다섯번째 작품이 발표됐다. 그룹 계열사 사업 재정비 차원에서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31일 합병을 전격 결정해 발표했다. 한계돌파를 위한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분리,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매각,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사업 에스원 이관 등 네 차례 크고 작은 사업 재정비를 진행해 왔다.
이번 합병은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한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다. 그동안 제일모직의 사명을 변경해 소재기업으로 존속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됐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결국 삼성은 양사의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사간 합병은 부품과 소재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 더구나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향후 신성장원 창출에도 운영 효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제일모직의 취약했던 지배력을 해소하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조도 단순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2차전지-소재 시너지..미래 성장원 발굴
삼성에 따르면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1대 0.4425의 비율로 양사간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SDI이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의 기대효과는 긍정적이다. 사실 삼성SDI는 초일류 친환경·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의 원천 경쟁력인 소재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태였다. 제일모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번 합병은 이런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분리막 기술과 유기소재 기술, 기타 다양한 요소기술 등을 확보해 배터리 사업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SDI의 고객 네트워크 및 마케팅 역량을 통해 제일모직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을 자동차용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전문 역량과 기술은 제일모직의 OLED 소재 등 전자재료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양사의 강점 역량을 결합해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 솔루션(초경량 소재+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 발굴도 가능해 졌다.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회사가 되며, 합병 시너지를 통해 2020년에는 매출 29조원 이상의 회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회사 외형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대돼 안정적인 사업 운영 및 신규사업 추진 기반이 강화될 것"이라며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국내외 중복 거점·기능을 통합하는 등 자원 운영 효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은 "핵심경쟁력을 통합해 초일류 에너지·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전했고,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소재업계와 부품업계에서 각각 쌓은 양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합해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선태과 집중 '한계돌파'..시장환경 변화 신속 대응
이번 합병 발표는 사실 지난해 하반기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한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다. 그동안 삼성 내부에서는 제일모직의 사명을 변경해 소재 전문기업으로 존속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향으로 논의돼 왔다.
하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결국 삼성은 양사의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계돌파가 올해 가장 큰 경영화두인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구조조정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신속한 사업재편의 그림이다.
이런 사례는 그동안 삼성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 줄곧 펼쳐오던 것이다. 한계에 부딪친 사업을 합치고 쪼개는 일은 삼성의 핵심 경영전략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별도의 회사로 운영되던 반도체, 통신, 디스플레이 등이 1980년 후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합쳐져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된 케이스다.
그렇게 운영되다 디스플레이를 분사시키고 또다시 LCD, LED 등의 주요 사업을 합치고 쪼개는 등의 사업조정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분리,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매각,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사업 에스원 이관 등 네 차례 크고 작은 사업 재정비를 진행해 왔다.
이는 결국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 매니지먼트 전략, 혹은 사업포트폴리오 리더십의 결과도 해석된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해 사업을 신속하게 합치고 쪼개는 전략적 선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당장 수익에 메달리지 않고 성장에 피로감이 느껴지면 가차없이 정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입장에서 이번 합병작업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의 길을 찾은 것"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병은 의사회결의 사항인 만큼 큰 무리는 없다. 더구나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 이후 제일모직의 주가가 떨어져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저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대 0.4425의 합병비율은 다소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제일모직의 1대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11.16%)이고 2대주주는 한국투자신탁운용(7.25%)이다.
또한 제일모직이 소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나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등의 향후 처리 과정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주주들의 설득작업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한편, 삼성SDI는 1970년 설립돼 흑백 브라운관 사업으로 시작해 2002년부터는 신규 사업으로 배터리 사업을 추가해 불과 10년만인 2010년에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에너지 회사로 변신에 성공했다. 현재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54년 설립돼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 패션사업, 1990년대에 케미칼 사업, 2000년대에는 전자재료 사업에 차례로 진출하는 등 혁신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소재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