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31일 전격적으로 발표되면서 삼성그룹의 사업 재조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업간 시너지, 수익성 극대화,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예상을 깨는 깜짝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가 가져가면서 사실상 시작된 사업 재조정 작업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효율성 제고에 방점이 찍힌다.
이에 따라 삼성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카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삼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 사업 재조정 시나리오로 건설분야가 거론된다.
사실 증권가에서는 삼성의 건설사업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세 곳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합병 이슈는 단골 메뉴였다. 개발 경제시대의 입찰 관행 때문에 분산됐던 건설사업을 이제는 한곳으로 통합해야 하지 않겠냐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삼성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가져가는 상황에서 세 곳의 아파트, 토목, 발전 플랜트 등 경쟁력있는 사업이 합쳐치면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업의 경우도 효율성 제고의 측면에서 시너지가 높다면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된 상태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지분을 단 한주도 보유하지 않았던 삼성엔지니어링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7.8%까지 늘려 제일모직(13.1%)에 이어 2대주주다.
이 지분은 삼성SDI가 보유하던 것으로 이번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제일모직 보유지분의 처리는 당장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제일모직의 보유자산이 삼성SDI로 귀속되면 결국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데, 지난해 삼성물산에 넘긴 지분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지분의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은 있어서다.
일련의 사업 재조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사장 등 삼성가 3세들의 사업승계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화학 계열사들의 통합 시나리오도 시장에서 제기되는 부분이다.
단적으로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현재 이부진 사장이 33.2%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을 삼성물산(27.3%), 제일모직(21.4%), 삼성전자(13%)가 가지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최대주주이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커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훗날 3세들의 경영을 생각하면 현재의 움직임은 지분 교통정리가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전자 중심의 지배력 강화는 현실적인 삼성 3세의 분할 방안의 궤도수정과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기존 시장에서 설득력 있게 본 삼성의 3세 분할 구도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건설, 중화학,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맡는 그림이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