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긍정적'…옥석 가리기 예상
[뉴스핌=노종빈 기자] 중국 회사채 거래 사상 첫 디폴트(지급불능) 사태가 유력해지면서 시장의 혼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태양광업체인 상하이차오르는 오는 7일로 다가온 회사채 10억위안(약 1746억원)에 대한 이자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시장원리 따른 디폴트 일단 '긍정적'
이번 디폴트는 오히려 시장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긍정적 관점의 배경은 현금창출 능력이 없는 기업들에서 적절한 디폴트가 발생함으로써 시장 원리에 맞는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또한 이를 토대로 새로운 투자 기회나 시장의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크리스 웨스턴 IG마케츠 수석투자전략가는 "중국 금융시장도 더 개방화된 시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번 회사채 디폴트 사태는 심리적으로도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채권투자자들도 앞으로는 낮은 신용등급 회사채 투자에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그런 개념조차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해다.
아이반 청 무디스 신용분석가는 "중국 회사채 시장의 발전을 위해 이번 디폴트는 반드시 유익할 것"이라며 "그동안 투자자들은 가장 수익률이 높은 채권만 사들이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차오리의 디폴트는 태양광 업종내 개별 소기업에 국한된 지급불능 문제에 불과하다"면서 "따라서 중국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본토내에서 발행된 회사채의 80%는 국영기업 또는 지방정부 투자기업으로 대부분 신용도는 안정적인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 "中 기업 생산잉여·부실정리 시작될 것"
이번 디폴트로 인해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의 회사채는 가치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옥석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의 신용도가 재점검되고 잠재된 리스크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12년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회사채 비율은 124%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쿠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에서 첫 디폴트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무너질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중국 금융시장의 탄력적인 회복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올해는 중국 정부가 지방 공기업 채무나 부실 기업들을 정리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지난 2008년부터 중국 본토 내에서의 채무가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지안 장 바클레이스캐피탈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생산량 잉여가 나타나고 있는 조선이나 철강, 시멘트, 부동산관리 등의 업종에서도 디폴트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경제전반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디폴트 이후 파산까지…제도·절차적 개선 필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부 신용도가 낮은 채권이나 신탁대출 상품 등으로의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이에 따른 디폴트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디폴트 발생시 투자자들이 손실 책임을 부담하거나 남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절차도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회사채 시장의 발전과 활성화를 원한다면 기업 파산 등의 절차와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과 투명성 확보 과정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참여자들도 더욱 책임감있는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