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엄중한 판결 불가피"..이 회장 측 즉각 '항소' 뜻
-CJ그룹, 총수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1600억원대 배임·횡령·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와 최근 기업인들에 대한 다소 완화된 판결 분위기에 따라 내심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CJ그룹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이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도주의 우려가 없고 신장수술 등 건강악화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았고 한차례 기간 연장을 통해 오는 28일 오후 6시까지 구속은 연장된 상태다.
앞서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세금 포탈과 회삿돈 963억원의 횡령, 569억원의 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횡령액을 719억원, 배임액을 392억원으로 각각 낮춰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준법경영은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CJ는 삼성으로부터 독립 후 식품, 물류, 문화사업 등 국가 발전에 노력해왔지만 그런 노력이 진정 빛을 발하려면 최고 경영자의 준법경영과 투명경영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현은 CJ 대주주로서 그 영향력 이용해 개인재산을 CJ그룹 일부 직원에게 관리하게 하면서 임직원 명의로 주식 보유하고 양도했다"며 "국가의 조세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어지럽히는 중대범죄로 일반 납세 악영향 등 비난가능성 커 엄중한 판결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차명주식 관련 세금은 모두 납부했고 2006년 이후 비자금 조성 중단하면서 과거 관행을 개선하기위해 노력한 점, 건강상태가 위중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실형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성장에 빨간불이 커진 상태인데다 총수의 악화된 건강 문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내심, 이 회장이 비록 구속 기소됐지만 공판 과정에서 충분한 해명이 이루어졌고 국가 경제에 기여한 점, 건강악화 등에 따라 이번 양형에서 좋을 결과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앞서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회장은 1심,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고 구 회장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석방됐다.
CJ그룹 관계자는 "재판부가 잘 판단해주길 기대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선고된 측면이 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 회장의 실형 선고에 따라 CJ그룹의 경영공백 장기화는 상당시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고용이나 투자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7월 구속된 이후 CJ그룹은 사실상 주요 경영현안 곳곳에서 차질을 빚어 왔다.
현재 CJ그룹 경영은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등이 그룹 경영위원회 및 전략기획 협의체 등을 신설해 챙기고 있다. 하지만 굵직한 현안은 이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왔다는 점에서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이 회장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안정호 김앤장 변호사는 "무죄주장이 받아드려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잘 준비해서 항소심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비자금 조성 부분은 무죄라고 확신하고 있던 부분"이라며 "처음부터 잘 따로 관리됐고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