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들, 2012년 이후 금리 바꾼 적 없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9개월째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해 김중수 총재가 당위성을 설명하고 나섰다.
금리동결은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란 증거며, 특별하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기준금리 변경이 능사가 아니며 금융에 있어서는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신임 총재가 온다고 해도 당분간 기준금리 변경이 여의치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재는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캐나다, 스위스, 뉴질랜드, 노르웨이는 2012년 이후에 금리를 변동한 적이 없으며 아시아에서도 대만,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2012년 이후 금리를 바꾼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와 브라질, 터키가 금리를 올리니까 우리도 올린다고 하는데 금융은 안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기준금리 변경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신흥 경제권의 불안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될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재는 "정책금리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상황이 불안하더라도 우리 금융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라며 "변화가 있을 때 왜 변화가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것이지, 왜 안정인지 설명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신흥 경제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신흥국이 겪는 테이퍼링의 부작용을) 무시한다고 해석하는건 옳지 않고 미국도 투웨이 스필오버 이펙트(two-way spillover effect)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투웨이 스필오버 이펙트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상호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 국제국 관계자는 "예컨대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미국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총재는 "신흥경제권의 불확실성은 줄어들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테이퍼링은 예견된 일이기 때문에, 대처할 능력이 각 나라마다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긍정적 스탠스를 재확인했다.
김 총재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채권금리는 하락폭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날 오후 2시 50분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일에 비해 각각 2bp, 5bp 하락한 2.83%, 3.49%를 기록하고 있다.
동부증권 문홍철 애널리스트는 "한은은 신흥국 상황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되 현 상황에서는 위기가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총재의 코멘트에도 불구하고 채권 공급부족과 금통위원 임기만료 등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일 듯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