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성장 둔화 우려에 주변국 내수주 '사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수년간 못난이로 전락,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소외됐던 유로존 주변국 증시에 매수 열기가 뜨겁다.
특히 부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주변국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상대적인 주가 강세를 연출해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로존 주변국에 몰리고 있다. 주변국 증시가 중심국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한편 해당 지역의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역시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이들 지역과 종목이 방어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자산운용 및 시장조사 업체 가베칼에 따르면 실제로 연초 이후 5주 사이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대표적인 수출주가 2%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창출하는 기업은 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스페인의 카이사은행이 24% 랠리하는 기록을 세웠고, 텔레콤 이탈리아가 18% 뛰었다. 이탈리아 은행인 인테사 상파올로가 16% 상승했고, 스페인 은행 방키아 역시 12% 올랐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가 연초 이후 7.3% 하락했고, 유니레버도 5.3% 내렸다.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7% 떨어졌고, 유제품 업체 다농이 5.1% 하락했다.
가베칼의 프랑수아 사비에 쇼사 이코노미스트는 “주변국의 경기 사이클과 재정 상황이 개선되는 한편 이머징마켓은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로존 주변국의 내수 종목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머징마켓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수출주보다 내수주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며 “이들 종목이 새롭게 방어주로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의 혼란이 주변국에 반사이익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신흥국 통화에 비해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주변국의 투자 매력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바클레이스의 데니스 조스 전략가는 “올해 유로존 주변국 증시가 최고의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점진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저비용 환경이 기업 이익을 크게 늘려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