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민들, 어로작업 중단에 반품 요청까지 '한숨만'..보상도 난항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에서 GS칼텍스의 송유관이 파손돼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가 8일째를 맞은 지난 7일, 신덕리 일대 해안가에서는 기름기 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
[뉴스핌 여수 =김지나 기자] 여수 신덕리 신덕마을은 고요했다. 조그만 초등학교와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어촌마을. 낮 12시가 넘었지만 동네를 오가는 주민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몇몇 집 외벽에 ‘민박’ 간판이 걸려 있었지만, 당분간 이곳을 찾는 여행객은 없을 것이다.
해안가 쪽으로 걸음을 향하던 주민 이 모씨(56)는 “여기 사는 사람 대부분 기름기 제거 하러 바닷가에 나가 있을거야". 흰색 방제복을 입은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 “주꾸미·조개 한창 수확철인데...” 생계 막막
지난 7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에서 GS칼텍스의 송유관이 파손돼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가 8일째를 맞았다. 바다에 떠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해상방제작업은 거의 마무리하고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달 31일 사고발생 이후, 냄새는 예상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허리를 굽혀 부두나 해안가 바윗돌의 기름을 제거하는 ‘갯닦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부두 한 쪽에서는 방제업체 인력들이 흡착포를 깔아놓고 고압흡착기로 바윗돌에 낀 기름을 없애고 있었다.
사고피해가 가장 크다는 신덕마을. 평생 이 곳에서 살아왔다는 이 모씨는 속상함을 내비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설 이후인 지금부터 봄까지는 한창 조업하거나 양식장에서 수확해서 내다팔아야 하는 시기다. 그는 “지금부터 3월까지는 바지락을 채취하고, 5월까지는 주꾸미를 잡아야 할 때”라며 “작년엔 전복 종패도 뿌려놨기 때문에 올해는 수확해야되는데...”
신덕마을에는 260여 가구의 어민들이 약 120ha의 공동어업구역에서 바지락 등 조개류, 미역·톳 등 해초류, 우럭 등을 양식하고 있다.
김 모씨(60)는 “기름유출 사고가 나면 거기에는 원유 뿐 아니라 나프타 등 온갖 유해물질이 있다.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걸 어민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방제작업하는 데 아무것도 지급 못 받았다가 어제서야 이 방제복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들은 당장 생계도 막막하지만 과연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지금 당장보다도 피해현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신덕마을 어촌계장 김정기씨는 “유류로 피해가 있는 바다는 (사고지점에서) 반경 10km 구역”이라며 “여수 다른 바다는 괜찮다. 그런데도 여수 수산물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서 석화 등이 반품요청이 들어오고 수산물의 판로가 막혀서 여수 전체 어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어민들의 정확한 피해규모를 측정하기도 어려워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씨는 “유류 피해사고가 나면 보험회사가 요구한 근거자료만 인정이 된다”며 “여수 시프린스 기름유출 사고 때도 어민 보상액은 피해규모의 1/100 수준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 기름유출 피해보상 협의 ‘출발’…시간걸릴 듯
기름유출에 따른 어업권의 피해 범위와 액수 산정을 놓고 비교적 순조롭게 합의점을 도출할지 관건이다.
지난 6일 여수해양항만청에서는 '광양항 원유2부두 기름유출 사고 수습대책협의회' 제1차 회의가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 피해어민대표, GS 칼텍스와 사고 관련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보험사의 보상이 이뤄지려면 법적인 보상 주체가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어민들은 "GS칼텍스가 보상주체가 돼서 보상해달라"고 요구했고 GS칼텍스는 이를 수용하고, 합의된 부분을 선 보상한 후,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우선 방제작업 비용과 어민의 피해가 확인된 부분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첫 대책회의를 통해 어민과 수협, 지자체가 어민측 대표단인 '피해대책협의회'가 구성하기로 했다. 앞으로 GS칼텍스 측과 본격 협상을 하게 된다.
관건은 기름유출에 따른 어업권의 피해 범위와 액수 산정을 두고 합의점을 찾는 일. 여수해양항만청 관계자는 "GS칼텍스는 손해사정인이 있지만, 어민쪽은 아직 없다"며 "손해사정인인을 선정해서 함께 피해규모 등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