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투자심리 냉각인가, 성장 후퇴 전조인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강세장 속 단기 조정인가 아니면 추세적인 반전인가.
이머징마켓에서 시작된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하락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한국, 일본, 홍콩 주식 1주일 추이 비교 [출처:블룸버그] |
세계 2위 경제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부양책 축소가 실물경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팔자’의 도화선이 됐다는 얘기다.
반면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여지가 높고, 이는 미국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맞물려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계산으로 이어지면서 이머징마켓 자산의 매도를 촉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반되는 진단이 맞서는 가운데 이번 글로벌 증시 급락이 추세적인 강세장 속의 단기 조정인지 아니면 중장기적인 약세장의 시작인지를 놓고 투자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의 큰 폭 하락에 이어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가 폭락을 연출하자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사파나드의 존 러틀에지 최고투자전략가는 “단순히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만으로 글로벌 증시가 이 정도로 내리꽂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분명한 사실은 지난해까지의 조정과 다른 점은 미국과 일본, 유럽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판단했다.
누빈 애셋 매니지먼트의 밥 돌 최고주식전략가는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의 성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강세장 속의 조정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문제는 미국 경제가 올해 강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랙록의 러스 코스테리히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세계 경제가 급락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바뀐 것은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머징마켓의 주가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현 수준에서 4~5% 가량 추가 하락할 경우 매수 기회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노무라의 마이클 커츠 전략가는 “최근 급락으로 인해 이머징마켓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경제 성장률과 기업 이익이 모두 추세적으로 하강하는 조짐이 뚜렷하다”며 경계감을 내비쳤다.
한편 시장조사 업체인 EPFR에 따르면 지난달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22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