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0여개 대학 추천인원 논란
[뉴스핌=이강혁 송주오 기자] "여대, 지방대, 호남권 대학에는 인원 할당이 왜 이렇게 적느냐. 총장이 무슨 근거로 학생을 추천하느냐. 삼성이 대학에 일방적으로 인원을 통보할 수 있는 것이냐."
삼성그룹이 지난주 전국 200여개 대학에 채용 관련 각 대학 총장추천제 인원을 통보하면서 이런 논란이 거세다.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영향력이 높다보니 파장도 크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상당한 오해가 바탕에 깔려 있다. 삼성이 입사제도를 개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그 개편안에 담긴 내용상 억울한 측면도 강할 수밖에 없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에 맞는 인재를 뽑아 쓰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인사재량권은 기업에게 있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각 대학 입장에서 삼성의 추천 인원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추천 자체를 거부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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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각 대학과 삼성 등에 따르면 총장추천 인원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성균관대다. 115명의 추천권이 통보됐다. 다음으로 서울대와 한양대가 110명씩, 연세대·고려대·경북대는 100명씩 추천권을 받았다.
이외에도 경북대(100), 부산대(90), 인하대(70), 경희대(60), 건국대(50), 영남대(45), 중앙대(45), 부산 부경대(45), 동국대(40), 전남대(40)가 40명 이상 추천권을 받았다. 또, 광운대는 35명 추천권을 받았고, 서울시립대, 숭실대, 이화여대, 전북대, 단국대, 한국외대는 모두 30명을 할당받았다.
여대 가운데에는 이화여대(30명)가 가장 많은 인원을 확보했다. 이어 숙명여대(20명), 서울여대(15명), 덕성여대(10명) 등 순이었다.
이를 두고 대학차별, 서열화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삼성이라는 기업의 특성을 보면 서열화 우려보다는 오히려 이해의 폭이 커진다.
현재 삼성 내에서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기업 특성상 공대생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를 비롯해 한양대, 경북대, 인하대 등은 삼성과 산학협력을 통해 특성화 학과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보니 추천 인원이 많은 것. 실제 특성화 학과 졸업생 중 다수가 삼성에 입사하고 있다.
호남권 차별 주장도 마찬가지다. 경북대가 100명으로 전남대 40명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경북대의 경우 1970년대부터 전자공학 특성화대학으로 지정돼 공대생의 비율이 높다.
2012년 기준으로 경북대 공대 졸업생은 1373명, 전남대 922명이다. 추천비율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경북대는 삼성과 산학협력을 통한 특성화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여대의 추천 비율이 적은 이유도 공대생의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내부 관계자는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30% 가량을 여성인력으로 뽑으려고 하고 있지만 이공계 인력 운영상 여대의 숫자가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대학총학장 추천제가 곧 입사 직행이라는 인식은 큰 오해다.
총학장추천제는 삼성이 학교측에 우수한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서류전형 면제의 특권만 부여될 뿐이다.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와 면접은 서류전형을 치루고 올라온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봐야하고 같은 평가기준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다.
총장의 추천을 받는 것이 곧 삼성 입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 20만명 가량이 몰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논란은 어쩌면 예고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삼성이 개편안을 내놨고 여전히 열린채용과 기회균등채용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을 마치 공기업과 같은 잣대로 보는 시각적 접근이나 민간기업의 인사절차가 낱낱이 공개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기도 하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송주오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