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추천 5000명 서류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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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양섭, 송주오 기자] 삼성그룹이 채용방식을 변경했다. 서류전형을 도입하면서 '정성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공개채용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류전형이 추가됐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사람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자격을 갖게 된다. 또 전국 200여개 대학 총학장에게는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추천을 받은 취업준비생은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15일 삼성은 "기존의 '열린채용'과 '기회균등채용'의 철학과 정신을 그대로 살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면서도 사회적 부담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찾아가는 열린채용'으로 채용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서류전형 19년만에 도입..총장 추천 받으면 '면제'
삼성은 서류전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측은 "과도한 경쟁의 완화, 사회적 부담과 비용의 절감, 대량 탈락자 양산의 방지를 위해 직무 전문성과 인재상 중심의 서류전형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서류전형을 도입한것은 19년만이다. 삼성은 열린채용을 도입하면서 지난 1995년 서류전형을 폐지한 바 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정성 평가를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류전형을 통과해야 필기시험을 시작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사장은 "기존 채용의 시작이 SSAT였다면 개편된 채용 전형의 시작은 서류전형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류전형이 면제되는 경우도 생겼다. 대학의 총학장에게 추천을 받는 경우다. 삼성측은 전국 200여개 대학 모든 곳에 추천권을 적어도 한명 이상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용기 삼성전자 인사팀장(전무)은 "전국 200여개 대학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TO(선발정원)를 배정한다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최저 TO규모 등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TO는 달리 배정된다. 박 전무는 "그 대학 출신이 삼성에 얼마나 많은지, 추천한 구직자들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들이지 등에 대한 레코드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대학에 추천권 TO를 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차별 '스펙' 쌓기, 오히려 '마이너스'
삼성의 이번 채용 방식 변경 취지는 취업 사교육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10만명에 달하는 SSAT 응시자 수가 이같은 취업시장의 기형적 현상을 말해준다. 삼성은 이번 채용방식 변경을 통해 SSAT 응시생도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무분별한 스펙쌓기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도 있다. 이 사장은 "무분별하게 스펙을 쌓는 것은 (삼성 취업에) 도움이 안된다"며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S/W) 인재들은 기존 채용 방식으로 추려내기 어렵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때문에 직무별로 다양화된 인재발굴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연구개발직도 학력, 학벌이 아닌 전문능력 중심으로 다양하게 발굴, 양성할 계획이다.대학·기업간 산학협력 과제에 참여한 우수인재, 각종 논문상과 경진대회 수상자 등을 적극 우대할 예정이다.
박 전무는 "학벌은 전혀 보지 않는다"며 "얼마나 자기 분야의 수업을 착실히 수행했는지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을 했는지 등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양한 기회 환영" VS "총장 추천 부작용 우려"
삼성그룹의 신입사원 채용제도 변경과 관련해 취업 준비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취업준비생 이지은(25)씨는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며칠 전 취업에 성공한 A씨도 "기회의 다양성을 제공해 좋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번 개편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취업준비생 김소연(27)씨는 "교수나 학교 총장과 친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거 아니냐"며 "결국 스펙 쌓기 외에 교수나 총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물 공세가 추가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삼성그룹의 직무정석검사(SSAT) 응시와 관련해 "시험 응시 인원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이재협(27)씨 역시 교수와의 정치적 활동을 지적했다. 이 씨는 "일반적인 교수와의 친분적인 활동도 잘 보이기 위한 행위로 비쳐질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이 취업준비생에게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지영(25)씨는 삼성 채용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 모두에게 시험 응시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그것이 사라져 취업준비생에게는 오히려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