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등 정치권과 불협화음 관건…소통 능력 기대
[뉴스핌=주명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의장에 환호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오랜 기간 견고히 유지된 유리천장을 깨트렸다는 점과 밴 버냉키 의장의 정책 기조를 큰 변화 없이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자넷 옐런의 의장 선출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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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옐런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뉴시스] |
옐런이 넘어야 할 산들은 만만치 않다. 핵심 과제는 물론 올해부터 시작된 양적완화 축소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연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유기적인 호흡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상원 인준 결과를 보면 벌써부터 옐런과 미 정치권과의 불협화음이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 사상 최저표 얻은 옐런, 시작부터 '삐걱'
미 상원은 지난 7일 옐런 부의장의 차기 의장 인준을 찬성 56표 반대 26표로 최종 통과시켰다. 상원의원 100명 중 18명이 폭설로 인해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도옐런이 얻은 득표는 역대 연준 의장 인준 표결 가장 낮다. 이전까지 가장 낮은 득표였던 2009년 버냉키 의장 연임 인준 때도 이보다 14표나 많은 70표가 찬성이었다.
민주당은 표결에 참석한 의원 45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으나 공화당 찬성 의원은 11명에 불과했다. 옐런의 선출이 사실상 결정난 상황에서 공화당의 반대표가 이렇게 높았다는 점은 그만큼 공화당 측에서 옐런의 정책 성향을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옐런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주식시장은 지금 양적완화 중독에 빠져있으며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얻을 이익에 대해서는 의구심만 쌓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말 통과된 필리버스터 기준 완화 법안이 없었다면 인준은 실제로 더 늦춰졌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11월 미 상원은 고위 공직자 인준에 대한 절차표결 가결 정족수를 51명으로 낮추는 법안인 '핵옵션(Nuclear Option)'을 통과시켰다. 기존의 경우 60표를 얻어야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었는데 옐런이 이번에 얻은 찬성표는 이보다 4표가 적다.
정치권과 큰 연계고리가 없었던 옐런의 행보도 의장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옐런 대신 유력한 의장 후보로 떠올랐던 것도 그가 오바마 행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 및 경제학계는 모두 옐런을 차기 의장 후보도 밀었음에도 서머스 대세론은 그가 직접 후보에서 사퇴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올해 11월에는 미국 상하원 중간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만약 의회가 공화당으로 넘어가게 되면 옐런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와 견제는 더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정치권과의 부족한 관계, 소통으로 극복할까
버냉키 의장은 기본적으로 정치권 및 시장과의 소통에 능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마저도 지난 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 총회에서 의회와의 관계 유지에 예상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옐런 차기 의장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소통 능력이다.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옐런을 가장 합의를 잘 이끌어낼 차기 의장으로 꼽았다. 이런 점에서 옐런식 소통이 통하느냐 여부가 향후 연준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매끄러운 정책을 펼치는 데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증권 루이스 알렉산더 수석연구원은 "연준은 자신들이 펼칠 정책과 관련해 의회 및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