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극복 혁신 박차..헬스케어·스마트카 탄력받을듯
[뉴스핌=이강혁 김양섭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한 번 바꾸자"는 경영화두를 제시하면서 삼성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활동이 더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그룹 주변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수종 사업은 그 영역이 다양한 방향에서 확대되면서 일부 궤도가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한계에 다다른 사업과 제품을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려 재편하는 작업도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대 흐름 맞춰 혁신에 박차 가하라"
이 회장은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다시 한 번 바꾸자"는 말로 삼성 임직원들의 변화와 도전 의식을 강조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바꾸자'는 강조점의 핵심으로 이해된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바꾸자'는 강조는 지난 2006년 '마하경영'을 역설한 이후 TV, 휴대폰 등 가전분야의 혁신적 성과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혁신' 활동에 박차를 가해달라는 당부다.
이 회장은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면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삼성은 정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사업 이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상태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사업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1등은 언제고 무너질 수 있는 유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의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는 않다. 전자 분야의 사업을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글로벌 성과는 내는 사업이 거의 없다. 금융이나 건설분야 등 일부 내수업종을 중심으로 지난해 수익성마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다"며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고 따끔한 질책과 함께 위기의식을 재차 일깨웠다.
그는 신년하례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시기인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임직원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융·복합' 키워드..다양한 영역 사업 확대
이 회장의 이같은 경영화두에 따라 삼성 주변은 우선 신수종사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되며 궤도가 수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바이오와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선진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상당부분 구축하면서 스마트 기기와의 접목을 통한 종합적인 헬스케이 사업으로 빠르게 영역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차용 전지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도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모색되는 상황이다. 나아가 IT와 자동차의 융·복합화를 통해 전장부품 등 스마트카 관련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은 지닌해 10월 열린 한 행사에서 스마트폰이 '미러링크'라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 기술과 접목되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삼성이 이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회장도 이날 메시지에서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태양전지와 LED는 올해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산업의 시황이 그동안 살아나지 못하면서 삼성 역시 이 분야에 뚜렷한 투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LED도 최근 일본의 경우 사업을 사실상 접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다만 태양광이 올해부터 상승기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아 사업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신수종사업이 속도를 내는 만큼 기존 사업에는 강도높은 경영진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일부 사업에서 재편작업이 물살을 타고 있고,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성공 DNA 심기가 전 계열사로 가속화된 상태다. 글로벌화 진척이 늦어지는 내수업종의 체질변화가 어떤 방향에서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신년하례식에서 강조된 단어는 '한계돌파'다. '한계돌파'는 이 회장이 강조해온 '마하경영'과 개념이 맞닿아 있다.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회장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기 바란다"며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