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시작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었던 부산 지역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1981)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포털사이트에서는 평점 테러가 일어났고 일부 네티즌들이 출연 배우들을 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송우석(송강호)은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다. 그는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도맡으며 부산에서 제일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대기업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앞둔 어느 날, 송변은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진우의 어머니이자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던 송변은 구치소 면회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모두가 회피하기 바빴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소재가 소재니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물론 영화 역시 모티브가 된 정치적 소재를 억지로 부정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당시 상황들은 영화 곳곳에 묻어있다. 때문에 러닝타임 중간중간 노 대통령의 모습이 꽤 자주 어른거린다.
그러나 영화가 내는 목소리는 분명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속물변호사 송우석이 인권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관객에게 가슴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동시에 영화의 최종 지향점이 특정 인물의 일대기나 정치적 이념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관객은 1980년대, 힘들었던 시대를 살았던 이들로부터 치열함을 보게 된다. 영화는 평범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도 놓치지 않는다.
하이라이트는 출연 배우 모두 입을 모아 꼽았던 송강호의 법정신이다. 롱테이크로 찍은 공판 장면에서 송강호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발휘, 단번에 관객을 휘어잡는다. 어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법정신이 가장 인상 깊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영화 속 송변은 변하지 않는 상식과 명쾌한 논리로 부당한 권력에 맞선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이성과 감성을 모두 마비시킨다.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건 비단 송강호뿐만이 아니다. 국밥집 주인 순애를 연기한 배우 김영애는 슬픔에 찬 표정만으로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곽도원과 오달수 역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국밥집 아들로 열연한 임시완은 첫 스크린 데뷔에도 불구,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스크린 속 그는 아이돌이 아닌 한 명의 준비된 배우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