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인상·양육수당·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등 중단 불가피
내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을 넘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음달 16일까지는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국가기관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통과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만일 2014년 예산안이 올 연말까지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돼 집행된다.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복지예산 지출 등이 중단돼 서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편집자註]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국회가 2014년도 예산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에선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를 맞게 된다.
준예산은 미국의 셧다운과 같은 심각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정부가 전년도 예산, 즉 올해 예산에 따라 잠정적인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헌법에 따르면 법률상 지출의무(의무지출),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계속사업비 등만 준예산을 통해 지출이 가능하다.
지난 27일 오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산자위 소회의실에서 김동철 소위원장과 의원들이 2014 회계연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만일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 처리가 어려워지면 서민 관련 정부 지출이 중단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
재량지출 188조9000억원에서 정부기관 인건비 30조원, 시설 유지비 15조원, 계속사업비 3조5000억원 등을 뺀 것이다.
새누리당은 재정집행이 동결되면 65만개의 일자리 사업, 23조원 규모의 SOC 건설 사업, 17조원 규모의 R&D예산, 무상보육·양육수당, 기초연금, 대학등록금 지원,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난방비 지원 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준예산에 따라 월급을 줄 수 없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계약직 직원들과 학교 시간제 교사 등이 일시적으로 해고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준예산은 헌법에 규정돼 있으나 그동안 실제 집행된 적이 없어서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는 전혀 규정돼 있지 않아 준예산이 실제 집행될 경우 그 자체로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공무원 월급 등 기초적인 지출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의 200만명의 공무원 중에 약 80만명이 일시 해고된 바 있다.
준예산 집행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서민층이다.
우선 최저생계비 인상이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내년 최저생계비를 4인 가족 기준으로 154만원에서 163만원(전년대비 5.5%)으로 인상했다.
올해 83만에서 내년에 약 110만 가구로 늘어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들도 혜택이 어려워진다. 전 계층 아동 양육수당, 보육료 지원 사업도 전면 중단되고 내년부터 무료로 전환되는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사업도 중단된다.
아울러 4대 중증질환자 지원이나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화, 저소득층의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액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하, 치매환자 대상 장기요양보험 혜택 등도 지원에 차질이 빚어진다.
겨울철에 서민들에 필수적인 단열, 창호, 보일러 교체 등의 사업도 정부 지원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관련예산을 올해 411억원에서 내년 596억원으로 크게 확대했다.
또 지방 발전을 위한 SOC나 R&D 등 대다수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고 지방 재정에 대한 보육 보조율 인상도 어려워져 지방재정에 타격을 전망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2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 예산심사 지연에 따른 준예산 가능성을 묻는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질문에 "상상하기도 싫지만 준예산을 편성하게 된다면 재량지출 부분은 지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재량지출이란 투자사업비, 경상적 경비 등 의무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로 정부의 재량행위에 따라 이뤄지는 지출을 말한다.
이 차관은 "실제로 많은 서민·취약계층 지원은 재량지출로 이뤄진다"면서 "(준예산이 현실화하면)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