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화 '굿닥터'의 한 장면 |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이 대화에는 사실 노림수가 숨어있다. 사람들은 보통 좋은 소식을 먼저 말하고, 반대로 나쁜 소식부터 들으려 한다는 심리를 응용한 고도의 화술이다. 인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이런 화술은 오래 전부터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심리학 연구팀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에 담긴 진실을 파헤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전달자와 피전달자 입장에서 각각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려하는지 조사했다.
우선 피전달자 중 75%는 “나쁜 소식을 먼저 듣고 싶다”고 답했다. 반대로 전달자 입장에서는 65~70%가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케이트 스위니 교수는 “피전달자 입장에서는 심리적 안정을 꾀해 좋은 소식을 뒤에 들으려 한다”며 “반대의 경우, 듣는 사람 입장을 고려해 되도록 좋은 소식부터 전한다. 이는 인간의 막연한 심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에 따라 듣는 사람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을 가장 자주, 그리고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법조인, 상담사, 그리고 의사들이다.
스위니 교수는 “좋은 소식을 전하며 나쁜 소식을 섞어 말하면 듣는 이의 정신적 충격이 덜하다. 이를 ‘샌드위치 어프로치’라 한다”며 “의사가 비만여성에게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다. 혈압은 높다. 혈당치는 양호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는 “설문에서도 나타났듯 사람들은 좋은 소식을 먼저 말하려 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나쁜 소식을 먼저 전한다. 환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덜 충격적으로 전달하는 화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사들은 이런 전략을 중증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존스홉킨스대학 완화의료(호스피스)부장 토마스 스미스는 “말기암 환자에게 ‘얼마 살지 못한다’고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는 의사는 22%에 불과하다. ‘치유는 불가능하지만 치료는 가능하다’는 애매한 말로 어떻게든 환자를 안심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환자 설문조사를 보면, 환자 중 90%는 의사가 사실 그대로를 말하길 원한다. 하지만 냉혹한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길게는 3주간 타인과 말도 못 섞을 만큼 충격에 빠진다. 이를 막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존스홉킨스대학을 비롯해 많은 진료기관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사와 환자 역할극 등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보다 정확하고 덜 충격적으로 전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