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낙하산이지만 반갑다(?)"
곧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직원들의 표정에 다소 어색함과 함께 반가움이 교차하고 있다.
◆ 주총은 요식행위…'낙하산' 내정 가능성
예탁원은 오는 22일 주총에서 유재훈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2~3명을 사장 후보군 가운데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주총 의결은 요식행위에 불과할 전망이며 유 위원이 사실상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탁원 주총은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로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예탁원 사장직은 금융위원장이 임명권을 갖고 있어 금융위 출신 인사가 내정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다.
예탁원 내부적으로는 유 위원의 내정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한편으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임직원들은 신임 사장 선임과 관련 낙하산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 하기도 했다.
한 예탁원 관계자는 신임 사장 인선과 관련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한국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또한 임직원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쉽을 갖춘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 강성 노조도 "다소 어색…많이 부드러워져"
이같은 분위기는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예탁원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이른바 '낙하산 인사 저지' 구호를 내걸고 천막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 측도 농성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사장과는 어느 정도 얘기는 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표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금융투자업계 내 대표적인 강성노조으로 분류돼 온 예탁원 노조의 목소리도 이번 사안에 국한해서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욱상 예탁원 노조위원장은 "(전임 김경동 사장 시절의) 지난 2년간 능력과 자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인사로 인해 조직문화가 파괴됐다"면서 "물론 그 때 보다는 말이 잘 통할 거 같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새로운 사장의 자격과 관련 "지난 2년 간의 폐해를 혁파하고 예탁원의 조직문화를 재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조직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덕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격을 갖춘 인물이 와서 정작 어떤 의사결정을 내놓을 지는 두고봐야 알 것"이라면서 "누가 온다해도 예탁원의 조직을 위해서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낙하산도 구직난 겪는 시대"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유 위원은 경력이나 능력에 비해 예탁원 사장으로 오기에 다소 '오버퀄리파이(over-qualify·자격과잉)'된 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53세인 그는 행시 26회 출신으로 지난 2001년 금감위 은행감독과장을 맡은 바 있으며 국제투자금융공사(IFC), 세계은행(IBRD) 등에서 일해온 금융위내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평가받아왔다.
이후 금융위 대변인 국장과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새누리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거쳐 지난 해 3월부터 증선위원으로 활동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요즘은 낙하산도 구직난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그만큼 실력도 갖춰야 검증을 받을 수 있고 낙하산으로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