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토요타의 벤자는 토요타의 라인업 중에서도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토요타 세단 라인업에 캠리와 아발론이 있다면 SUV로는 라브4가 자리하고 있고 벤자는 이들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세단도 SUV도 아니지만 동시에 세단의 성격과 SUV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새로운 세그먼트다. 실제 디자인부터 기존 세단이나 SUV와는 많이 다르다. 과연 토요타는 이 벤자에 어떤 철학을 담았을까.
벤자를 3500cc LIMITED 모델을 직접 시승해봤다.
먼저 벤자를 처음 보고 느낀 인상은 SUV를 연상케 하는 큰 차체를 갖췄으면서 세단과 같이 차체의 전고를 낮춰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느낌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타고 내리는 것은 세단만큼 수월하지만 운전석에서 확보되는 넓은 시야는 SUV와도 닮아있다.
벤자의 진정한 가치는 실내공간에 있었다.
벤자 내부는 운전석 공간과 동반석 공간이 서로 중복되는 ‘60:60 공간 구성’을 통해 운전자와 동반석 승차자 둘다 자신이 60% 공간을 점유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실제 공간의 여유로움은 벤자 전반에 묻어나는 인상이다. 뒷좌석의 넓은 레그룸과 헤드룸은 말할 것도 없고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좌우 독립해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아울러 뒷좌석 힙포인트를 앞좌석 힙포인트보다 높게 설정해 뒷좌석 승차자의 시야를 넓혔다.
특히 넓은 트렁크는 뒷좌석 시트를 접지 않고도 골프백 4개가 여유롭게 들어간다. 트렁크의 바닥 높이가 세단만금 낮기 때문에 적재가 무척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내 공간의 여유로움이 SUV를 닮아있다면 주행 능력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낮은 차체에서 오는 안정적 주행감은 단연 세단과 비교된다. 가솔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이나 가속능력은 발군이다. 3500cc V6 듀얼 VVT-i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1kg·m를 자랑한다.
어지간한 오르막길 정도는 힘겨운 기색 없이 올라가고 2톤에 가까운 차체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차가 출렁이는 현상은 거의 없었다.
벤자에 적용된 액티브 토크 컨트롤(ATC, Active Torque Control) AWD 시스템은 전륜과 후륜토크 배분을 최적화, 모든 도로 표면에서 안정적인 가속과 부드러운 코너링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20인치에 달하는 휠의 접지력도 안정감을 돋보여줬다.
정숙성은 경쟁 디젤차와 아예 비교를 거부할 정도다. 벤자는 차체패널 안쪽에 방음 재질을 적용해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뿐 아니라 토요타 차종 중 최초로 프론트 필러 안에 댐핑 시트를 적용하여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 차단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연비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데다 상대적으로 차체가 크다보니 연비는 3500cc기준 8.5Km/L에 불과하다. 2700cc의 XLE모델의 연비도 9.9Km/L 수준. 최근 연비경쟁이 벌어지는 차종에 비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차체와 부드러운 주행에서 오는 안락함의 가치는 분명 돋보인다는 평가다. 가격도 동급 차량에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다. 벤자는 LIMITED 모델이 5230만원, XLE 모델이 4730만원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