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쾌속 항해 멈춰, 내수중시·보호무역 대두
[뉴스핌=김동호 기자] 최근 들어 세계 무역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과거 수십 년간 세계 무역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의 두 배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부터 이 같은 공식이 깨지면서, 수출 낙관주의와 강조가 후퇴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5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무역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의 2배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80∼2011년 세계 무역 증가율은 연간 평균 7%, 세계 경제 성장률은 3.4% 성장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무역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두 배 수준을 유지했던 것. 그러나 지난해 세계 무역 증가율은 2%에 그쳤으며 올해 전망치도 2.5%에 불과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인 2.9%보다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TO와 IMF는 내년도 무역 증가율을 4.5%, 경제 성장률을 3.6%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학자인 개빈 데이비스는 "최근 수십 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었던 세계 무역 증가세가 힘을 잃은 것 같다"며 이런 현상을 좋지 않은 징조로 평가했다.
물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30년간 세계화를 이끈 많은 요인처럼 경제 성장률과 무역 증가율의 관계도 바뀌고 있으나 이는 꼭 우려해야만 할 일은 아니라며 "무역과 GDP의 관계는 자연법칙이 아니고 몇 세대에 걸친 정책과 기술에 따른 우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이 전세계에 퍼져 있어 국제 무역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HSBC는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사회기반시설 지출 증가를 근거로 오는 2030년까지 세계 무역이 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 역시 2014∼2015년 화물선 수요가 4∼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WTO의 이코노미스트였던 패트릭 로는 최근 나타난 2년간의 세계 무역 둔화는 유로존 불황의 영향이 컸으며 세계 경제가 정상화 되면 무역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의 대두와 함께 세계 무역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지 매그너스 UBS 선임 경제고문은 2008년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탈세계화'가 진행됐다며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최근 변화와 관련해 26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수출만이 능사가 아님을 세계 무역 흐름이 보여주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출 확대에 의한 경기부양을 추구하고 있으나 모든 국가의 수출이 늘어나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지난 16일 런던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할 수는 없다"며 "이는 태양계 안에 (우리가 생산한) 모든 상품을 소비해 주는 존재가 있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수출 전망에 관한 지나친 낙관은 무리가 있으며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중 일부는 틀린 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실제로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의 무역 규모는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는 미국의 양적완화 유지에 따른 달러 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09년 금융위기와 함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무역 침체가 야기됐으며,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내수 확대 등 경제구조 개선에 나선 것 역시 세계 무역 규모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IMF는 올해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률을 4.5~5%로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