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성공적, 인도는 아직.. 인니 터키 등도 여전히 '불안'
"통화가치 및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경기부양보다 물가상승 억제가 우선 목표" - 알레산드레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
[뉴스핌=주명호 기자]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공통된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매입 축소 우려 및 자국 성장 둔화에 불안정해진 통화가치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거듭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일부 국가들은 약세를 지속했던 통화를 강세로 되돌렸고 물가도 점차 안정화 국면을 보이는 등 여러모로 성공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더불어 대내외적 상황이 향후 정책 방향에 변수가 될 조짐이다.
<그래픽 : 송유미 미술 기자> |
지난 10일 브라질은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브라질 통화정책위원회(Copom)는 이날 브라질 기준금리인 셀릭(Selic) 금리를 9.50%로 올렸다. 브라질 금리인상 행보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5월과 7월, 8월에도 금리인상을 결정하며 올해 들어 총 2.25%P나 올랐다.
인도네시아도 올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며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6, 7월 인상 후 8월 통화정책회의서는 동결을 결정했지만 같은 달 20일 긴급 특별이사회를 소집해 0.50%P 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20일도 안 돼 다시 금리를 올리면서 불과 네 달 사이 1.50%P가 상승했다. 2005년 이후 가장 빠른 인상속도다.
터키와 인도도 올해 기준금리를 높힌 신흥국들이다. 터키는 기준금리인 오버나잇(Overnight)금리를 지난 7, 8월 각각 0.75%P, 0.50%P씩 인상했다. 인도는 라잔 총리 취임 후 9월 통화정책회의서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0.25%P 올린다고 발표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 브라질, 올해만 '다섯 번' 기준금리 올려…인니도 올해 '네 번'
기준금리 인상의 주 목적은 급등한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서다. 전반적인 성장둔화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높아진 물가를 잡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브라질의 경우 실제로 효과를 봤다. 브라질 국립통계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2개월 브라질 물가상승률은 5.86%를 기록해 올해 처음 6%를 하회했다. 브라질의 중기 물가 목표치는 4.5%이지만 변동폭을 ±2%로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14년에는 두 자릿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인도는 아직 불안한 모습이다. 라잔 총리 취임 이후 루피화는 조금씩 안정세를 되찾긴 했지만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9월 인도 도매물가지수(WPI)는 전년 동월대비 6.46%를 기록해 직전월 및 전망 수치를 상회했다. 인도의 주요 소비식품인 양파 가격이 전년대비 323%나 폭등한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향후 라잔 총리가 추가적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인도네시아와 터키도 아직까지는 금리인상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국가 모두 높은 물가상승률과 더불어 통화가치 약세를 지속 중이다. 에르뎀 바쉬츠 터키 중앙은행 총재는 더 이상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통화와 물가 모두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 인도·인니 여전히 불안…터키도 통화가치 낮아
브라질이 비교적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신흥국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G20 8월 기준 12개월 물가상승률. <출처 : OECD> |
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G20 소비자물가지수(CPI)보고서에 따르면 G20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올해 8월 기준)인 3.0%를 상회한 국가는 모두 신흥국에서 나왔다.
인도는 10.7%, 아르헨티나는 10.5%로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8.8%), 터키(8.0%), 남아공(6.4%), 브라질(6.1%)도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을 보여줬다. 고물가 문제는 신흥국 개별의 독립적 사안이 아닌 셈이다.
◆ 신흥국 다수 고물가 행진…개별국 상황따라 정책결정 쉽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은 중앙은행이 통화가치와 물가를 잡기 위해 펼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책결정이지만 이런 기조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개별국가들의 정치적 상황 및 대외적 여건에 따라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잔 총재는 지난 달 말 인도의 물가상승률 지표 기준을 도매물가지수(WPI)가 아닌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삼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인도의 CPI를 통해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라잔의 정책 실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인상은 곧 경제둔화로 이어져 이미 급격한 둔화를 보이고 있는 인도의 성장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달 IMF는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7월보다 대폭 낮춘 3.8%로 발표했다. 세계은행(WB)도 1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 전망을 6.1%에서 4.7%로 크게 하향조정했다.
대외적 변수도 신흥국 통화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한해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매입 축소 우려에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급락한 모습을 보였다. 9월 연준이 국채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하자 대부분 강세로 전환하며 신흥국이 외부 요인에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