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1957년 동양시멘트공업 설립 이후 우리 근대 역사의 산 증인이었던 동양그룹이 결국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동양그룹의 핵심 기업인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곳이 나란히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 재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그룹해체 수순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양그룹의 추락 이유는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돌려막기식 ‘연명’이 결국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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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사옥. |
이와 더불어 동양시멘트의 워크아웃설과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설이 시장에 나도는 중이다.
최근까지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썼던 동양그룹 내부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그룹은 6.25 전쟁 이후 우리 근대화의 역사를 써왔던 57년 역사의 대표적 시멘트 기업이었다.
◆ 지난해부터 자산매각 나섰지만…
이번 법정관리 사태로 동양그룹의 재기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동양그룹의 이같은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내려앉으면서 감지돼 왔다. 주력 사업인 시멘트와 레미콘이 나란히 적자를 내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 적자를 매우기 위해 꾸준히 자금 차입을 진행했고 이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동양그룹이 종합 금융사를 꿈꾸면서도 2010년 동양생명을 매각할 수밖에 없던 것도 당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동양생명 매각을 통해 유입된 금액은 약 9000억원. 하지만 이같은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동양그룹의 재무구조는 꾸준히 악화돼 왔다.
마지못해 동양그룹이 꺼내든 카드는 추가 자산 매각이었다. 지난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시멘트, 발전소 외 자산매각을 통해 2조원의 현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동양그룹의 부채비율은 1200%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하려 했지만 그 사정을 뻔히 아는 인수 후보들이 제값을 거의 쳐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 유입은 상반기까지 1조원도 넘지 못했다. 대부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연기되거나 막판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는 경우도 나왔다. 신속한 매각을 위해서는 상당부분 가격을 포기해야 했고 가격을 챙기자니 매각 자체가 지지부진해졌던 것이다.
◆ 빚을 빚으로 막는 ‘돌려막기’ 한계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은 CP발행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부분의 채무를 늘려왔다. CP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CP와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돌려 막기를 하면서 빚의 규모만 거대하게 키운 것이다.
지난 7월 기준 동양그룹의 부채는 총 12조5672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지난 4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내달 24일부터는 동양증권의 그룹 내 자금조달 창구 역할이 제한됐던 것. 여기에는 동양그룹의 신용등급 하락도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추가 CP발행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돌려 막아왔던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30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와 CP는 약 1100억원 수준. 하지만 이를 가까스로 막았다 하더라도 다음달에는 약 5000억원에 대한 만기가 된다.
동양그룹이 회생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이날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이 극도의 혼란상황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질서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제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빚이 빚을 부르는 현 상황만 타계할 수 있다면 무리한 저가매각이 아닌 제값을 받고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동양그룹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채, 기존 사업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막아왔던 ‘차입 경영’의 한계라는 평가다. 그동안 동양그룹은 패션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민자 화학발전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룹의 역사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한 셈이 됐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