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다섯 살 남자아이가 화분 통에 담겨 납치된다. 그로부터 14년 후 이 아이는 다섯 명의 범죄자 아버지를 둔 ‘화이’로 성장한다.
냉혹하고 싸늘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 설계자 진성(장현성),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냉혈한 동범(김성균), 빈틈없는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 14년이란 시간 동안 화이는 다섯 아버지들이 가진 기술과 장기를 배우며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그러던 어느 날 화이는 다섯 아버지에게 이끌려 범죄 현장에 가게 된다. 석태에게 살인을 명받은 화이는 그곳에서 뒤틀린 진실과 마주한다. 믿을 수 없는 비밀을 알게 된 그날 이후, 분노와 증오에 찬 화이의 총구는 다섯 아버지를 향한다.
장준환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장편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화이)를 들고 충무로에 돌아왔다. 지난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로 혜성처럼 등장한 장 감독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비록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을지라도) 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런 장 감독이 ‘인간이길 포기한 괴물들에게 길러진 아들’이란 다소 살벌한 설정에 도전했다. 전체적으로 장 감독은 화이의 혹독한 성장과 파국에 치닫는 석태를 따라가며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과 드라마를 잡았다.
동시에 다양한 인물과 해결해야 할 사건들을 과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배치, 극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학습된 악이 타고난 선을 지배하는 과정은 최대한 잔인하게 시각화했다.
물론 대다수의 액션 스릴러 장르가 그렇듯 영화가 주는 특별한 교훈은 없다. ‘화이’는 사회를 불신하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기득권의 부패와 이에 대한 응징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이해하자면 범죄자들이 악행을 저지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란 쉽진 않다.
그럼에도 캐릭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 때문이다. 영화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라 해도 손색없다.
MBC ‘해를 품은 달’(2012) ‘보고싶다’(2012) 등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여진구는 ‘화이’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시켰다. 내로라하는 연기파 선배들과 대결구도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자잘한 기교나 눈속임 없는 여진구의 감정 연기는 영화 속 드라마적 요소를 부각한다. 난생처음 선보인 액션도 흠잡을 데가 없다.
여기에 연기 고수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김성균, 박해준이 다섯 아버지로, 박용우 유연석 등이 조연으로 열연하니 연기 시너지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여러 면에서 볼 때 ‘화이’는 상업적 성공까지 점쳐볼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만 생각보다 유혈이 낭자한 신이 많으니 마음은 단단히 먹길. 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