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남들도 그랍니다. 볼수록 귀엽다꼬.”
잠자리 선글라스에 하늘거리는 하얀 원피스, 입에는 사탕을 문 바보 엄마 순이 씨(김해숙)가 목욕탕 굴뚝에 올라가 있다. 능숙하게 목욕탕 굴뚝을 오른 강철(유아인)은 “천진이 난만도 하시네” 너스레를 떨며 바보 엄마를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가진 거라고는 깡 하나와 긍정의 힘뿐인 강철. 엄마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그는 막막한 세상 속에서 삶을 뒤흔들 갈림길에 선다. 엄마의 신장 이식수술로 돈이 필요해진 강철은 지역의 깡패 상곤(김정태)과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깡철이’는 어찌 보면 뻔하디뻔한 영화다. 하지만 그 상투성이 밉지 않다. 강철의 성장통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그렇다. 강철은 돈도 힘도 빽도 없이 거친 세상을 마주한 대한민국 20~30대 청춘을 대표한다. 영화는 그런 강철을 통해 돌파구가 없는 막막한 청춘들을 위로한다. 식상할지라도 가장 듣고 싶었던 무언의 위로를 건넨다.
다만 전체적으로 밋밋한 감정선과 산만한 전개가 아쉬움을 남긴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아들이라는 소재에도 불구, 영화는 눈물을 쏙 뺄 만큼 감성을 자극하거나 큰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강철 역의 배우 유아인은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이 적절히 섞였다고 평했지만 어쩐지 정리가 되지 못한 채 버무려진 기분이다. 강철의 사연을 풍부하게 만들고자 했던 의도는 되레 개연성을 결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화의 중심인 강철과 엄마의 이야기가 줄어드는 실수를 범했다.
캐스팅은 완벽하다. 캐릭터와 사연은 많았지만 모든 배우가 적역이다. 배우 김해숙과 유아인의 연기 앙상블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유아인의 과잉되지 않고 세련된 감정 연기는 왜 그가 충무로 대표 20대 배우인지를 확인시켜 준다. 여기에 배우 김정태, 김성오, 이시언의 완벽한 사투리와 정유미의 꾸밈없는 연기력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2일 개봉. 15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