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한계와 경로, 차기 연준 의장 등
[뉴스핌=김사헌 기자]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더이상 금융시장의 변동요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위원회가 테이퍼링 개시 가능성을 모두 반영해버린 시장의 기대에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란 원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변수들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테이퍼링의 한계와 그 경로,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될 것인가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변수다.
◆ FOMC 앞두고 미국 증시 랠리, 금리-달러 후퇴
이번 주 미국 다우지수는 3% 오르며 1월 이후 가장 강력한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 시세는 4일 연속 하락하면서 주간으로 5.6%나 폭락했다. 시리아 사태가 국제적인 통제와 합의 속에 해결책을 가져올 것이란 믿음 속에 국제유가는 한 주 간 2% 이상 하락했다.
또 달러화지수가 5주 만에 하락한 가운데, 3% 부근까지 접근하며 상승하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88% 선으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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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최근 시장의 변화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이미 오는 17~18일 공개시장위원회가 점진적 양적완화 축소(tapering) 개시를 결정할 것이고 그 최초 규모가 약 1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이미 선(先) 반영했다고 평가한다.
그 동안 금융시장은 이른바 '테이퍼링' 개시 시점과 그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동요해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연준이 예상했던 대로 이 정책회수에 나서지 않는다면 실망하게 될 거란 얘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 될 것인가는 그리 큰 변수가 아니라고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판단이 틀릴 때가 많았다는 점에 주의하라고 말한다.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이며 앞서 애틀랜다 연방준비은행의 조사국이사를 담당했던 로버트 에이젠베이스는 "연준은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으로 온건한 방식의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리아 문제와 미국 예산 논쟁이란 큰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연준이 굳이 시장을 흔드는 정책을 구사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마도 테이퍼링 개시 규모는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약 50억 달러 정도의 '미니(mini)'가 될 것이며, 잭슨홀 심포지움의 판단대로라면 주로 재무증권 쪽이 회수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테이퍼링 경로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을 것이며 또 차기 연준 의장이 지명되면 내년부터 완전히 달라진 연준이 들어설 수 있어 이번 결정은 '회수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상황은 유동적'이란 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젠베이스 수석은 연준 정책결정자들이 금융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준의 현재 완화정책 모델은 '수량'에 기초한 것이라 시장의 기간 구조를 왜곡한다는 점에는 신경쓰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것이라면서, "금리시장의 기대가 정상적인 여건에서가 아니라 공급이 제약된 조건에서라는 점에서 테이퍼링이 개시되면 당국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금리가 많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은 너무 원만하게 정책 회수를 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금 보유량을 늘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테이퍼링 '개시' 말고도 더 봐야할 것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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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AP/뉴시스> |
FOMC의 테이퍼링 결정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정책 경로를 이애하기 이해 이번 회의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봐야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6월 회의 때 좋게 봤던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판단이 변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앞으로 정책 경로는 이 고용시장의 여건 변화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변화가 금리 상승세와 결부되었는지 여부와, 앞으로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도 귀기울여야 할 듯 하다.
이 때문에 버냉키 사단의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물가가 2.5%를 넘지 않는다면 실업률이 6.5%를 밑돌지 않는 이상 금리 인상은 없다는 '약속'의 기준선이 실업률 6% 수준으로 좀 더 낮아질 수 있다. 또 물가 2.5% 상단 외에 1.5% 수준의 하단 조건이 부가될 수도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의 2016년까지 경제와 물가 전망이 제출되고 또한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컨센서스가 발표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차기 연준의장이라는 더 큰 변수를 봐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메릴린치의 북미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데이빗 로젠버그 현 글루스킨셰프의 수석이코노미트 겸 전략가는 "연준 의장이 누가 될 것인가가 테이퍼링보다 훨씬 더 큰 쟁점인데 시장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켓워치와 대담에서 "지금 차기 의장 유력 후보가 2명인데, 이들이 완전히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면서 "옐런 부의장은 금융시장의 위험감수 행위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그보다 강경파라서 완화정책 회수 속도가 빠를 것이란 판단이 강하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수석은 특히 "서머스의 경우 아무도 그의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서머스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1987년에 앨런 그린스펀이 위기를 그렇게 잘 막아낼지 아무도 몰랐고, 2006년에 벤 버냉키 의장이 취임할 때 시장은 그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봤지만 그건 오류로 판명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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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우). |
백악관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월가와 의회 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내에서 서머스에 대한 반대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월가는 서머스가 의장이 되면 긴축정책으로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의원들은 그가 금융규제 완화에서 한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월가는 물론이고 미국 의원들 역시 차기 연준 의장의 자질이나 정책 방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시장과 정치권의 '개입'을 감안하면 완전히 무시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와 지명권도 흔들리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