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맹독을 가진 푸른띠문어 [사진=유튜브 캡처] |
영국 에섹스대 시각과학 전문가 제프 콜 박사와 아놀드 윌킨스 교수에 따르면 환공포증의 원인은 맹독이나 가공할 공격력을 가진 동물에 대한 두려운 기억이다. 환공포증의 구체적 원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우선 환공포증을 일으키는 특정 패턴의 시각적 특징에 주목했다. 특히 인터넷에서 ‘환공포증’을 일으키는 사례로 꼽힌 76개 이미지와 복수의 작은 구멍을 나열한 보통 이미지를 비교하며 공통점을 찾았다.
제프 콜 박사는 “환공포증을 유발하는 특정 이미지들은 ‘공간적 연속성’과 ‘고대비(high contrast)’라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이미지들이 왜 혐오감을 주는지 알아내기 위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환공포증으로 고민하는 지원자들을 실험에 참가시켰다. 우연히 한 여성이 힌트를 줬다. 윌킨스 교수는 “여성은 놀랍게도 푸른띠문어(Hapalochlaena Fasciata) 사진을 보고 환공포증을 느꼈다고 했다. 이 문어의 몸에는 일정한 크기의 화려한 원형 문양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푸른띠문어가 가진 원형 문양이 공간적 연속성과 고대비를 모두 갖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푸른띠문어가 가진 맹독이 실마리였다.
제프 콜 박사는 “푸른띠문어 한 마리가 가진 독은 성인 30여명을 단 몇 분 안에 죽일 만큼 강하다”며 “여성이 유독 맹독성 푸른띠문어를 보고 불쾌감을 느낀 것에서 환공포증의 원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즉, 환공포증은 인류가 진화를 거치면서 맹독을 가졌거나 몹시 사나운 동물과 마주했을 때 느낀 시각적 공포가 원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제프 콜 박사는 “팔뚝에 깨알처럼 박힌 모래 사진만 봐도 환공포증을 일으키는 것은 인류 공통적으로 과거에 경험했던 무시무시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두 사람은 점박이전갈이나 킹코브라 등 푸른띠문어처럼 일정한 문양을 가진 맹독성 동물들을 골라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동물들의 사진을 보고 환공포증을 일으켰다.
환공포증에 대한 두 전문가의 논문은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돼 주목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