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기 입장차..."차라리 지금이?"
[뉴스핌=백현지 기자] 동부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기업공개(IPO)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동부생명은 상장을 서두르는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반드시 상장하겠다고 밝히고도 지연시키는 모습이다.
기존 상장 생보사들의 주가 흐름, 업황 등에 비춰 어느 회사의 판단이 옳은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동양생명이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후 2010년 총 6조7000억원의 규모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잇따라 상장했다. 그 후로 생보사 상장은 끊겼다.
최근 동부생명보험은 우리투자증권으로 대표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돌입했다. 상장에 성공하면 4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주관사를 선정한 후 3개월이 지나면 상장예심을 청구할 수 있어 이르면 올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에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09년 삼성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작업에 나섰으나 여전히 비상장 상태다. 올 초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이 "연내 반드시 상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음에도 사실상 상장 일정은 멈춰있다.
동부생명이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를 업계에서는 동부그룹이 동부화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보고있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동부CNI, 동부제철 등이 보유하던 동부생명 지분 사들여 지분유을 기존 49.99%에서 81.5%까지 높였다. 동부생명이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된다면 지주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공모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책정될 수 있는가가 상장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지난 2010년 생보사 상장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주가는 줄곧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업황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인데다 금리도 5년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사기업과 주당가치를 비교해 공모가 밴드를 정해야하므로 기대만큼 높은 공모가를 받기 어렵다. 또 생보사 주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팽배하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특히 동부생명은 지난 2010년 전환우선주 유상증자 당시 발행가 1만2500원보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동부생명 관계자는 "연말까지 상장 예심을 청구한 뒤 주관사와 시장상황 등의 협의를 통해 상장일정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해 상장하는데 있어 현재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은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때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장외시장에서 미래에셋생명은 전날 종가기준으로74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이후 1만원 선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공모가 기대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2005년(1800억원), 2007년(1011억원)에 이어 지난 2008년(1500억원)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유상증사를 실시했다. 당시 주당 발행가액이 1만2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 증권사 IPO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바닥인 점을 고려해도 생보사 업황 자체는 단기간에 개선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낮은 공모가를 받을 수 있어 차라리 빨리 상장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대규모 유상증자 때문에 가격 부담이 있지만 시기를 계속 미룰수록 오히려 가격 부담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