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가의 고(故) 이병철 창업주 상속재산을 둘러싼 소송전이 다시 불붙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부친인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의 항소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높았지만 결국 당초의 항소 계획대로 소송을 진행한다.
유산소송 2차전이 진행되자 CJ그룹은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이맹희씨 개인적인 판단"이라며 선긋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혹여 이재현 회장 비자금 사건 연장선에서 튈 수있는 불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항소심은 오는 27일 오전 10시로 첫 변론기일이 잡혔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의 심리로 열린다.
이맹희씨 측은 지난 2월1일 1심 패소 이후 항소 의사를 밝히고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화우가 이맹희씨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이건희 회장 측도 법무법인 세종, 원, 태평양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다만 이맹희씨는 1심과는 달리 청구금액을 96억원으로 축소해 항소했다. 진행과정에서 확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1심에서는 삼성생명 주식, 삼성전자 주식, 삼성특검 자료 등을 토대로 총 4조원대까지 소송이 확장된 바 있다.
이번 항소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한다. 상속재산이 맞느냐, 아니냐의 소송 성립 여부부터 다시 주장과 반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맹희씨는 1심에서 부친인 이병철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관리해왔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상속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상속은 이미 25년전 선친의 사망전 정리된 사안이고, 현재 물려받은 주식은 없다고 반박하고 했다. 현재 소유분은 유산이 아닌 별도로 관리해오던 주식이라는 주장이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맹희씨 등의 청구는 이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고 나머지 재산 역시 맹희씨 소유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같은 이맹희씨의 항소를 두고 CJ그룹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 곧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의 파장이 혹여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고민이 깊다.
단적으로 이재현 회장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맹희씨가 120여억원 달하는 인지대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십년 동안 그룹 경영이나 특별한 경제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이맹희씨에게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달렸던 것이다.
CJ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이맹희씨 항소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개인 송사라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